흔들리면서도 가라앉지 않는 법
감정이란 게 늘 나를 먼저 덮쳐왔다.
그 안에서 허우적대던 날들이 있었다.
기쁨도 슬픔도, 나를 통째로 삼키곤 했다.
감정은 언제나 사람을 통해 찾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색이 모두 비슷하게 느껴졌다.
기쁨도 슬픔도, 이름을 붙이기 어려울 만큼.
감정은 점점 조용해졌다.
강했던 것들과 부드러웠던 것들이,
알 수 없는 층위에서 서서히 섞여갔다.
그렇게 감정의 색이 섞여가는 걸 바라보다가, 문득.
굳이 붙잡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구나.
감정도, 바람도, 그렇게 흘러가면 되는 거구나.
멀리서 보면, 그것도 나름의 질서였다.
다스릴 것도, 고치려 할 것도 없는.
감정은 그렇게,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드는 언어가 되었다.
그래서 조금 떨어져 보기로 했다.
감정이 밀려오면, 나는 잠시 멈춘다.
커피를 내리고, 창문을 연다.
그 사이로 감정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감정이 나를 지나갔다.
그리고 그 뒤에, 고요가 남았다.
그건 텅 빈 게 아니었다.
조용히 앉아 있는 오후의 공기 같았다.
살아 있다는 감각이,
아주 얇은 막처럼 피부에 닿았다.
요즘 나는 감정이 올 때마다
그냥 앉아서 바라본다.
잡지 않고, 피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감정을 바라보다 보면,
마치 오래된 친구의 그림자를 만지는 것 같다.
아득히 멀면서도, 이상할 만큼 내 안에 닿아 있는 존재.
말없이 미소 짓는 얼굴,
그 안엔 수많은 계절이 겹쳐 있다.
하나의 색으로 남은 그 친구는,
이제는 조용히 옆에 앉아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는다.
감정은 파도다.
나는 해변의 사람이다.
그저 서서, 파도를 바라본다.
밀려오고, 밀려가고,
다시 밀려온다.
그게 인생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 흐름을 조용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