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도, 상담사가 될 순 없다

목이 쉬어도 책 읽어주기를 멈추지 못한 이유

by 희유


아이를 지켜주고 싶어 책을 읽어줬다.

하지만, 결국 나를 지켜준 건 그 책 읽기였다.

아이의 꿈속까지 이야기가 스며들길 바랐다.



14년 전, 가장 큰 행복과 새로운 현실


14년 전,

세상 가장 큰 행복으로 태교하고

기쁨 속에 낳은 첫아이.


아이에 대한 깊은 사랑과 행복감은

세상 어느 것보다 중요해졌다.


매일이 기쁨이었지만,

갑작스레 마주한 ‘자유시간 없음’은

열정적으로 살던 나에게

온몸과 마음에 비상등을 켜게 했다.


우주가 멈춘 듯 숨이 막혔다.




세상과 나를 이어준 작은 끈


출산 후 내가 붙잡은 건 책이었다.

그건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작은 끈이었고,

그 끈을 잡고 나는 나 자신과 대화를 이어갔다.


아이가 자라면서

“놀아주세요!”를 밥 먹는 일만큼

중요한 미션으로 여길 때,

문득 나는 이마저도 못할 것 같은

불안이 몰려왔다.


그러다 생각했다.

‘그래,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 되겠다.’


그렇게 아이에게 책은 장난감이자,

독서는 놀이가 됐다.

그게 시작이었다.




목이 쉬어도 멈추지 않은 읽어주기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이상,

목이 쉬어도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감기 기운으로 숨이 가빠도,

아이가 “한 번만 더”라고 하면

페이지를 넘겼다.


아이가 잠든 후에도

40분씩 더 읽었다.

마치 꿈속까지

이야기가 스며들길 바라듯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첫 번째 취미


놀아주면 소재가 금방 떨어진다.

하지만 한 권의 책은 달랐다.

페이지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고,

그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놀 수 있었다.


아이가 인생에서 외롭고 어려운 순간을 만나더라도

스스로 견디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 힘을 주는

첫 번째 취미로 독서를 물려주고 싶었다.



책이 알려준 경계의 지혜


책이 형형색색의 다양한

내 마음을 품어주고 지켜준 것처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배운 건 ‘경계’였다.

경계는 철벽도, 날 선 선긋기도 아니다.

책 속에서 배운, 숨 쉴 틈을 남겨주는 지혜다.


살다 보면 힘들 때마다

전문가를 바로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매번 가족 혹은 아무 친구에게나

내 상황과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다.


괜히 짐을 떠넘긴 듯,

마음만 더 복잡해지거나 무거워지기 십상이다.


그러니,

상담을 할 만큼 현명하고 소중한 누군가를

내 감정 해소 창구로 쓰지 마라.


바쁜 세상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은

뱀파이어일 뿐이다.


뱀파이어가 되기를 경계하라.

그리고

독서를 삶의 칼과 창처럼,

무기처럼 선택하라.




책이 비춰주는 나의 온도


책은 상담사가 아니지만,

무기가 되지 못할지언정,

최소한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내가 고른 책 속에는

지금 내 마음이 던지는 질문이 숨어 있다.


그 질문을 찾아내라.

키워드로 뽑아라.

그리고 파고들어라.

마침내 정리하라.


그 과정에서

책은 내 안의 온도를

다시 따뜻하게 데워준다.




독자에게 보내는 질문


마지막으로,

최근 한 달간 내가 읽은 책들의 온도를 보라.


그것이 차갑든 뜨겁든,

그 온도는 지금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온도다.


당신이 최근에 고른 책 속에는

어떤 질문이 숨어 있나요?


그리고, 지난 한 달간

당신이 읽은 책의 온도는 몇 도쯤 되나요?

그리고 그 온도를,

당신은 사랑하나요?

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