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은 미움이 아니라 용기다

일본에서 자라는 아이가 광복절에 전한 말

by 희유


애국심은 과거를 기억하되,

현재의 사람을 혐오하지 않는 용기다.




광복절 아침의 대화


광복절 아침, 아들이 내게 말했다.

“엄마, 나는 한국에 있을 때는 일본이 그냥 싫었어.

글자도, 말소리도, 뉴스 속 풍경도 다 싫었어.

근데 일본에 와서 살아보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




아이의 옛 마음


한국에서 초등 저학년이었던 아들은,

학교에서 배운 역사와 뉴스 속 장면을 통해 일본을 알았다.

그때의 일본은 ‘과거 속의 나라’이자, ‘그냥 싫은 나라’였다.

좋고 싫음을 가르는 기준은 단순했고, 이유는 깊지 않았다.




옛 마음과 현재의 공간이 마주한 시간


이후 우리는 일본으로 이주했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선생님,

매일 마주하는 이웃, 편의점 점원, 동네의 작은 축제…

뉴스 속 한 단어였던 ‘일본’은,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얼굴들이 사는 ‘현재의 공간’이 되었다.




아들의 깨달음


“역사는 과거고, 사람은 현재잖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게 됐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됐어.

이제야 더 궁금하고, 더 알고 싶어졌어.

광복절은 그날을 살았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건네준,

‘자유를 누릴 책임’이라는 무거운 선물 같아, 엄마.”





광복절의 의미


나는 아이에게 역사를 잊지 말라고 가르쳤지만,

아이는 먼저

'혐오와 사람을 분리하는 법’을 배웠다.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할 때,

우리는 감정을 그대로 물려주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분노나 미움보다,

그날의 의미가 책임과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 깊이, 더 단단하게 전해야 한다.


광복절은 과거의 희생을 기리고,

다시는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게 다짐하는 날이다.

그리고 그 다짐은 ‘역사를 똑바로 기억하면서도,

현재의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역사를 잊지 않으면서도, 현재의 사람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과거를 덮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이 기억하고 더 단단하게 이어가려는

우리의 책임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모르는 얼굴과 이름 뒤에도,

누군가의 하루와 삶이 있다는 사실

얼마나 자주 기억하며 살아왔을까.


그 얼굴들을 떠올리면,

애국심은 혐오와 분노만이 아니라

기억과 책임,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용기여야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자식만 소중해서 누군가의 희생은

당연해지는 시대. 적을 만드는 경쟁.

내 자식을 위해서라면

친구도 선생님에게도 보복하는 시대.


역사를 다음 세대에 전할 때,

감정을 물려주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 기억이 책임과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전하는 것,

그것이 진짜 애국심 아닐까.


오늘 하루만큼은 태극기를 바라보며 생각해 본다.

나는 지금,

그 선물에 걸맞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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