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먼저 쉬는 날
도리는 창가에서 조용히 하품을 했다.
창문 밖은 아직 희끄무레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맑지만, 어딘가 눌린 공기.
골목 사이로 흩어진 햇살이 느릿하게 흘렀다.
목요일의 아침은 늘 조금 졸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피곤함이 골목 사이를 천천히 흘러 다니는
목요일의 아침이었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둔 찬 보리차가 '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컵을 들어 올리자, 김이 살짝 피어올랐다.
그 향이 코끝에 닿는 순간, 도리는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은 목요일이네…"
그 말에는
'아직 주말이 아니네' 하는 아쉬움과
'이제 거의 다 왔네' 하는 안도감이
살짝 섞여 있었다.
도리는 그 두 마음 사이에 잠시 멈춰 섰다.
아침의 빛은 희미했고, 마음도 그 빛을 닮아 있었다.
길에 나서자, 공기가 조금 달랐다.
월요일은 몸과 마음이 무겁고, 화요일엔 분주하고,
수요일엔 버티며 애써 느린 하루를 보낸 느낌이었다면,
목요일은 이상하게 마음이 느긋했다.
아직 주말은 아니지만,
어디선가 부드러운 바람이 마음을 스쳤다.
회사 앞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들 얼굴도
오늘만큼은 조금 덜 굳어 있었다.
한 손엔 커피, 한 손엔 휴대폰,
다들 피곤해 보였지만 그 눈빛엔
"이제 곧 금요일이야"
라는 작은 불빛이 반짝였다.
버스 정류장 옆, 노란 벤치에 잠시 앉아
챙겨 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몸은 무겁고, 오늘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목요일은 참 이상한 날이야."
도리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몸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재촉하는데,
마음은 자꾸 쉬고 싶어 해"
그때 구름 위에서 피코가 조용히 속삭였다.
"마음은 가끔, 네 몸보다 먼저,
희망도착지에 도착하곤 해."
도리는 피식 웃었다.
"그러네. 내 마음이, 나보다 먼저 도착했구나."
그 말에 피코가 하늘 위에서 함께 웃었다.
햇살 한 줄기가 구름 사이로 내려와
도리의 어깨를 살짝 감싸 안았다.
퇴근길의 하늘은 살구빛이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지만,
이 시간만큼은 잠깐의 평화가 찾아왔다.
바람은 부드럽게 불었고,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졌다.
도리는 가방 속에서 이어폰을 꺼내
느린 리듬의 따뜻한 노래를 들었다.
“그래, 오늘은 그냥 이 정도면 괜찮지. 딱 좋다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피코가 구름 위에서 조용히 손을 흔들었다.
"내일은 불타는 금요일이야.
그러니까 오늘은,
마음이 먼저 쉬는 날로 정하자. “
그래, 목요일은 마음이 먼저 쉬는 날이다.
몸은 아직 일상에 묶여 있지만,
마음은 이미 주말의 햇살 속에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