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함'은 끌어오고 '허점'은 머물게 한다
‘잘함'은 끌어오는 힘이고, '허점'은 머물게 하는 힘이다.
잘하는 사람 곁에 있으면,
나도 빛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만
이상하게도 그 곁은 오래 편하지 않다.
반대로 허점을 가진 사람 옆에서는,
경쟁심이 아니라 숨이 먼저 쉬어진다.
우리는 상대의 대단한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끝내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은
무결점의,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여백과 허점의 틈을 가진 사람이다.
능력은 열정을 끌어오지만,
틈은 한 호흡 쉬게 한다.
그걸 삼국지의 영웅들이 보여준다.
그들은 능력으로 시대를 흔들었지만,
허점으로 또 한 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허점은,
완벽함이 아닌 '머물 여백'으로
오래가는 관계를 드러낸다.
제갈량은 유비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완벽해졌다.
그 은혜가, 완벽이라는 의무가 되어버렸다.
그는 하나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았고,
책임감으로 스스로를 갈아 넣었다.
완벽한 사람은,
사람을 돕는 대신, 사람에게 기대게 만든다.
유비도, 뒤를 이은 장수들도
모두 제갈량에게 의존했다.
그 기대 끝에 남은 건
고독한 천재 한 명이었다.
완벽함은 존경을 만들지만,
그 존경은 함께가 아닌,
홀로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된다.
살다 보면,
우리가 너무 잘하려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순간이 있다.
그건 칭찬받고 인정받은 뒤에 찾아오는,
이상할 정도의 외로움이다.
조조는 모든 사람을 의심했다.
능력 있는 자를 경계하고,
충성하는 자도 시험했다.
심지어 자신을 구한 사람조차 믿지 않았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너무 뛰어나서였다.
뛰어난 사람은 이익을 보고,
사람들은 그 옆에서 불안을 본다.
그는 타인을 의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조차 의심하며 스스로를 믿지 못했다.
조조는 자신을 지켰지만,
사람들은 그를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다.
뛰어난 두뇌는 미래를 지키지만,
지혜로운 관계는 사람을 지킨다.
사람은 능력 때문에 남지 않는다.
안심하기 때문에 남는다.
머물 자리를 남기는 건, 의심이 아니라 신뢰다.
믿음과 능력만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대쪽같은 옳음 또한 관계를 힘들게 만든다.
관우는 선의 상징이었다.
의리, 충성, 자존감.
그것들은 모두 지금의 시대에도 귀한 덕목이다.
그런데 관우는
그 덕목을 너무 믿었다.
덕을 믿는 사람은 강하지만,
덕을 남에게 강요하는 순간, 폭력이 된다.
너무 ‘옳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으로 만든다.
선은 경계를 넘는 순간,
칼보다 날카롭다.
착한 사람이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선의 기준을 자신과 타인 양쪽 모두에게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의리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덕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착함은 옳음이 아니라
조절의 기술이다.
능력도, 도덕도, 완벽함도 결국 관계를 붙잡지 못했지만
사랑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유비는 사람을 사랑했고,
사람들은 그를 따랐다.
능력자들이 그를 위해 기꺼이 헌신했다.
문제는,
유비가 사람을 믿은 만큼
사람에게 기대었다는 것이다.
믿음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기대는 무거워졌다.
진정한 믿음과 선함의 목적은
사람을 내 편으로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리에서 그들답게 쉬게 하는 일이다.
유비는 사람을 사랑했지만,
사람들도 자신을 사랑해 주길 바랐다.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리더보다,
혼자 설 줄 아는 리더가 오래간다.
영웅들의 허점은 실패의 원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허점 때문에 사랑받았고,
허점 때문에 미움받았고,
허점 때문에 인간다웠다.
완벽은 고립을 만들고,
불신은 지침을 만들고,
선의 과잉은 억압을 만들고,
기대는 부담을 만든다.
그러니,
사람 사이에서는 능력보다 품격이 중요하다.
품격은 완벽함으로 세워지지 않고,
허점을 다루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우리는 영웅이 될 필요가 없다.
다만, 영웅의 허점을 다루는 방식에서
나의 결을 선택하면 된다.
너무 잘하려 애쓰지 말고,
너무 믿지 말고,
너무 옳지 말고,
너무 기대하지 마라.
그 사이의 균형,
그게 우리가 가진 숙제이자, 인간이 연마할 기술이고,
관계의 품격이다.
완벽하지 않아야 오래간다.
오래 머무는 관계는,
완벽함이 아니라 틈의 품격에서 시작된다.
허점은 약점이 아니라,
머물게 하지 않아도 남는 힘이다.
우리는 허점을 드러내는 사람보다,
허점을 다룰줄 아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