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풀을 뽑는다.
비가 오고 나면 화단은 푸르게 번진 풀 천지다.
거짓말 조금 보태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인다.
괭이밥은 뽑아보니 뿌리가 깊다.
든든한 나무에 기대야만 사는 이도 있고.
다들 제 모양대로 산다.
같은 이가 없다.
내 자랄 땐 집마다 주판 없는 집이 없었다.
주산암산 학원이 있어서 거기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다.
가방에 삐죽 주판을 넣고 삼삼오오 학원 가는 친구 따라 학원 가면
노랫말 같은 구령 소리가 쟁쟁했다.
일원이요, 이백사십팔원이요, 천삼백오십이 원이요...
주판알 튕기는 소리와 차르르 터는 소리가 허공을 날았다.
허술한 허당은 구경이나 할 밖에.
주판은 내게 놀이도구였다.
무릎으로 밀며 놀고, 벌칙으로 이마를 긋기도 했다.
저 물건으로 계산을 못할 바엔 놀기라도 잘해야지.
뾰족한 주판알에 홈이 파이거나 갈리면 주범은 나였다.
초록동색이라고, 비슷한 이들끼리 모여 낄낄대었다.
그래도 하루는 갔고, 비슷한 저녁밥을 먹었다.
모자라고 넘치는 걸 탓하는 이가 없었던 건 먹고사느라 바빠서였을 거다.
다행인지 액셀이라는 다양한 수식의 도구가 있어 이젠
한결 손쉽게 계산을 한다. 급하면 핸드폰 계산기도 있다.
급수 자격증이 없어도,
각자 제 모양껏 살아도 복잡한 셈은 어떤 방법으로든 가능해졌다.
세상의 셈법을 배워야 할 나이가 된 후로
누구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수만 억 단위의 계산을 경이롭게 하던 친구는
어디에 있을까.
(사진 : 무료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