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My Best Friend.
조용한 이 동네에 사람들이 유난히 몰리는 시즌이 있다. 천이 길게 늘어진 둘레길에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들이 만드는 장관은 명소가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주민특권이라 하면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평일에 잠깐 들를 수 있다는 것과 늦은 밤 산책 삼아 벚꽃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책길에 진심인 우리 동네는 휴식공간이나 운동기구들의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빠르지 않은 내 페이스로 길을 따라 러닝을 하면 30분 안에 한강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동네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길을 참 좋아한다.
특히나 생각정리가 필요할 때 혼자서 사부작거리고 길을 따라 나아가다 보면 상쾌해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또, 그 길에 벚꽃이 만개할 때면 한 번쯤은 풍경을 안주삼아 잔을 기울이고 싶어지는 술쟁이들이다.
사실 참 주접이긴 한데 이게 막상 그 시간이 오면 참 낭만 있단 말이지.
처음에는 작은 바이알 병에 두 잔 정도 분량을 담아갔었고, 그다음부터는 기분을 더하고 싶어 위스키 병째로 갖고 나갔다.
낮에는 어르신들이 맥주나 막걸리를 즐기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옆에서 위스키를 까기엔 좀 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이 없는 밤시간을 택했는데 그게 나름의 작은 낭만이 됐다.
어둑한 밤 조명이 비추는 벚꽃 가득한 풍경은 낮 풍경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람 따라 살랑이는 벚꽃 잎과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 건너편에 서울의 밤을 알리는 불 켜진 창이 장식된 높은 건물들. 맞은편에는 잔을 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술친구.
언젠가 당신의 생일날 밤에도 이곳에 와 조용히 둘이 축하를 했었다. 정말 어렵게 구했던 귀한 위스키 두 병. 물론, 한 잔씩 마셨지만 예쁜 사진을 남기기 위해 두 병을 같이 들고 나왔었다.
케이크를 안 먹는 당신을 위해 손바닥만 한 케이크에 해피벌스데이 초를 촘촘히 꼽아놓고 축하를 했었지.
나는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의 추억들은 왜 이렇게 눈이 부실까.
지난날이 왜 이렇게 마음이 찡할까.
오는 봄에도 그곳에 벚꽃이 만개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