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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record Nov 25. 2023

유니 씨의 결혼을 축하하며.

congratulations!

사랑을 찾아 고군분투하던 유니 씨가 어느 날부터 드디어. 연락이 뜸해지더니 통화를 하는 것조차도 힘들어졌다. 일을 하거나 국궁장에 있을 때가 아니면 어김없이 통화음이 두세 번 울리기 전에 연결이 되던 그가 부재중 전화를 남겼음에도 이틀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다.


우리의 형제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 지 히스 씨와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우정을 외칠 나이는 진작에 지난 탓에 평소에도 한 달에 두세 번 연락을 할까 말지만 이런 식으로 연락이 되지 않은 적은 없었 말이다.


하지만 무소식은 희소식이라 했던가.


이틀 뒤, 유니 씨의 들떠있는 목소리가 히스 씨의 휴대폰밖으로 흘러나오는 게 옆에 있는 나에게도 들렸다.

스피커 폰이 아니었음에도 이 인간이 드디어 연애를 시작한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 자식이 사랑놀음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구나.


바다 건 있는 그녀와 연애를 하느리에게 연락할 정신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던 게지. 사랑에 빠진 유니 씨는 비행기 표를 끊기 위해 일을 더 늘렸고, 돈이 모이면 곧바로 비행기를 탔다.


다음 달에 다시 일본에 간다고 한다. 그리고 다다음달에도 간다고 한다.

유니 씨의 뜨거웠던(사실, 지금도 뜨겁긴 마찬가지지만.) 그 시기는 코로나19로 출국이 힘들었던 시기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복잡한 절차는 어려울 게 아니었다. 그는 어떻게든 사랑을 찾아 날아갔다.

한 번은 시간이 안 맞아 공항에서 날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도대체 한국에서 일본을 가는 데 노상으로 날을 지새우는 인간이 어딨단 말인가.


미친놈.

하긴, 그래야 유니 씨지.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유니 씨는 히스 씨에게 연락을 했다.


형. 나 결혼해.

미친놈.


그야말로 초고속 결혼이었다. 행복해하는 유니 씨에게 축한다고 했다.

다른 이가 그렇게 빨리 결혼을 한다고 하면 쉽게 이해하지 못했을 일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유니 씨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고, 나름대로 긴 고민 끝에 결정했을 일이었다.

나는 나중에 들은 사실이지만 역시나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아무튼 유니 씨는 바다 건너 멀지 않은 나라의 아야짱과 결혼했다.

일본에서의 가족 친지들과의 결혼식을 치르고 한국의 역사 깊은 성당에서 결혼을 했다.

정갈한 결혼식을 하고 다음 날 우리만의 피로연을 하기 위해 나와 히스 씨는 그와 그의 그녀를 만났다.

결혼식장에서는 워낙 바쁜 신부와 신랑 탓에 인사만 몇 마디 나눌 수 있었지만 오늘 밤은 우리만의 시간이 아닌가.

드디어 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선술집 분위기의 육회집을 예약했더랬다.

히스 씨와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인데, 고기도 나름 괜찮고 서비스도 마음에 들어서 간혹 다른 이에게도 추천하곤 던 곳이다.

아야짱은 유니 씨와 이전에 먹었던 육회보다 훨씬 맛있다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우리는 미리 준비한 콜키지 위스키를 꺼냈다. 우리의 축하 자리에서 위스키를 빼놓을 수 없지.

주문한 육회와 육전과 함께 위스키를 즐겼다. 오랜만에 만난 즐거움과 맛있는 음식과 맛있는 술에 얼큰하게 취해버린 우리는 국 그 아담한 가게 안을 요란하게 장식했다.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을 뱉어내고 있는 건지. 그저 웃고 떠들 뿐이었다. 마지막에 주문한 소고기가 가득한 라면의 맛은 아무도 모른다. 아마도 당분간은 이곳방문하지 못하겠지. 제발 사장님이 우리를 기억의 저 편으로 보내줬으면 다.


코가 삐뚤어진 채 우리는 그대로 집으로 향했어야 했지만, 2차를 가고 말았다. 그것도 단골을 신세 지고 있는 곳으로 말이다. 감사하게도 그곳 사장님 우리를 이해해 주었다. 하지만 이 멤버로  집에는 다시 가지 말아야겠다. 우린 여전히 단골로 남고 싶으니 이다.


"Never to be repeated - always to be enjoyed."
 부분을 이렇게 멋지게 꾸밀 일인가. 한 동안 히스 씨의 프로필 사진은 종이박스 뚜껑의 안 쪽 사진이었다. 프라이즈를 준비한 이 위스키는 멋진 문구와 함께 맛보면 더욱 감동적이다.


이 귀한 보틀은 정보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짧은 설명으로 충분할 것이다.


성숙한 성격을 지닌 글렌 그랜트(Glen Grant). 약간의 미네랄리티와 향신료와 과일이 잘 어울린다. 1990년대 빈티지를 사용한 여러 버번 숙성 글렌 그랜트 라인업의 최고 중 하나로 꼽힌다.

해당 보틀은 2016년 전 세계 138병밖에 발매되지 않았다.


note.

적당히 무게감 있는 부드러운 쉐리 바닐라향과 너티함이 지배적이란 이다.
개인적으로는 프루티보다 이런 쉐리가 더 좋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스파이시는 옅어지면서 더욱 고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달리레코드 @달리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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