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떠났지만 선생님으로 살고 싶어서

by 달리아

'죽고 싶다.'는 한 아이의 말은 내 삶의 길과 방향을 바꾸게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 며칠 밤을 지새웠다. 그 아이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찾아가며 <가르칠 수 있는 용기>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파커 파머의 책들을 읽었다. 그 책들을 읽으며, 나는 세상에는 보다 다양한 교육 현장이 있고, 아직은 내가 더 많이 경험하고 배울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더 늦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나의 부모님께서도 나의 선택을 지지해 주셨다. 아버지께서는 젊은 시절 대기업을 다니시다가 나오셨던 이야기를 해주시며 내 꿈을 펼쳐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월급도, 연금도 나오는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당시 내가 가르치던 아이들은 '선생님은 아직 지구별 학교의 학생으로서 배울 게 많다.'는 나의 말을 듣고선 누구보다 나를 응원해 줬다. 의원면직을 앞두고, 나를 찾아오셔서, 본인도 다른 꿈이 있었는데, 평생 품고만 있었다며 나의 용기를 지지한다고 이야기하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학교에서의 마지막 날, 내가 가르쳤던 모든 아이들에게, 내가 좋아하던 노래 가사나 글귀 등을 쓴 편지를 전하고선, 교무실에서는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큰 소리로 불렀다.


언젠가는 우리 다시 만나리. 헤어진 모습 그대로.


그렇게 교직 3년 차에 나는 학교를 그만두고 내 영혼의 고향 같은 히말라야로 돌아갔다. 나는 20대 초중반에 깊은 우울증을 앓다가 히말라야에서 치유된 경험이 있기에, 그곳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고 싶었다. 떠나던 비행기 안 나의 손에는 <나는 여자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는 제목의 책이 들려있었다. 12년 동안 히말라야에서 동굴수행을 하신 영국 출신의 비구니 스님의 수행기가 담긴 책이었다.


그 안의 메시지는 명료하면서도, 강력했다. 이번 생에서 모든 고통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그런 깨달음을 얻어야만 할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먼저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알아야 사랑하는 이들을 고통에서부터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비행기를 한 번 갈아타고도 차로 10시간 넘는 멀고도 높은 곳으로 찾아가 초록빛 눈을 반짝이시던 비구니 스님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세상의 아이들이 아파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그 고통을 어찌할 줄 모르겠다고.


말씀을 드리는데, 돌덩이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스님께서는 자비롭고도 다정한 눈빛과 태도로 나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으시더니 내게 다시 내려가서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하셨다. 예상밖의 의외의 말이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내 것처럼 느끼는 사랑과 자비에 모든 것은 변하고, 실체가 없이 공하다는 지혜를 길러야 합니다.
사랑과 지혜는 새의 두 날개와도 같아요.
그리고 지혜는 계속 길러갈 수 있어요.
그리고 꼭 완전한 깨달음을 얻어야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플루트이라는 악기를 불기 위해서,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가르치면서도 계속 플루트를 불고 연마할 수 있는 거지요.”


라는 말씀을 이어서 하셨다.

그 길로 나는 다시 산에서 내려와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 후 처음 가게 된 곳은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이었다. 아이들은 몇 달간 ‘마음의 숲 가꾸기’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듣고 나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줘서 고맙다.’라는 글이 담긴 편지를 써서 내 손에 꼭 쥐어주고 갔다. 그 뒤로 나는 마음 돌봄 선생님 등으로 불리며 임신을 한 엄마들과 100일 무렵의 아이부터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환자까지 정말 모든 연령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이 또 흘렀고, 나는 그사이 결혼을 하여 두 아이들의 엄마가 되었다. 그것도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서울이라는 대도시 한복판에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공감교육과 학교폭력예방 교육 등을 통해 매일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집을 나설 때면 종종 탁하고 거친 세상 속으로, 진흙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리고 밤낮으로 매일 기도를 한다. 세상 모든 아이들의 비명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기를. 세상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자유롭기를. 내가 이 지구에 살아있는 동안 내가 쉬는 모든 숨이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이 부디 세상의 고통을 덜어내고 생기를 더하는 일이기를.


고통이 축복이고 아픔은 은혜라는 말은 고통스럽고 아픔 가운데에 있을 때는 저주처럼 들렸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며 내 삶의 지난 여정들을 마치 영화처럼 재생해 보니 나의 고통과 아픔과 상처들은 다른 이들에게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통로가 되었음을 느낀다. 얼마 전에는 글방 모임에서 누군가 내 삶의 여정이 담긴 글을 읽고선 생명수를 구하러 간 바리데기 이야기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만나는 모든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은 진실한 마음, 포기하지 않고 살려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결국 나와 모두를 살리는 생명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교실에 수업을 하러 가면 마치 씨앗이 가득한 들판에 물을 주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물이 마르지 않고 샘솟기를 기도하며, 나는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퍼올린 가장 맑은 물을 담아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


어제는 2주 전 뵈었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의 조던 스콧 작가님과의 만남에 영감을 받아서, 그림책을 활용한 학교폭력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진행했다. 그림책을 가슴에 품고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내내 어떤 깊은 강물이 내 안으로 흘러오는 듯한 충만한 행복이 느껴졌다.


교실로 가서, 나는 아이들과 먼저 마음을 열고 깨울 수 있는 여러 활동들을 진행했다. 교실 안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며 걷기, 걸으면서 서로 간의 적절한 거리를 찾기, 숲 속의 나무처럼 함께 서서 숨을 쉬기, 짝을 정해 함께 호흡 맞추기... 등의 활동을 이어가니, 아이들은 신나게 몸을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였다.


그 뒤에는 싱잉볼을 쳐서 그 소리의 진동이 얼마나 큰 울림으로 전해지는지 모두가 싱잉볼을 직접 만지며 느껴보았다. 그를 통해 평소 우리가 하는 말들이 얼마나 서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감각해 본 것이다. 그 뒤에는 우리 몸 안의 흐름과 전체 속의 흐름을 잠시 느끼며, 본 수업에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했다.


아이들이 고요하게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나는 그림책을 펼쳐서 한 장씩 넘기며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찬찬히 읽어주었다. 그림책에서는 어릴 때부터 말을 더듬었던 아이가 말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수업 시간에 책을 읽었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가 담겨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발표를 해서 힘들었던 날이면, 자신을 강가로 데려가서


"너는 강물처럼 말한단다."


라는 아버지가 계셨기에, 그 아이는 자신이 강물처럼 말한다는 것을 새기며, 시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모든 아이들이 그 이야기와 그림에 몰입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책장을 덮고 둘러보니 몇몇 아이들의 눈시울이 빨개져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시인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를 돌아보자고 했다. 그리고선 우리 안의 장점과 약점을 보다 깊이 들여다보게 하였다.


그 뒤에 나는 아이들에게 고유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가 각자 다른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우리가 완벽하지 않기에, 마치 퍼즐을 맞추듯, 서로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를 느껴보라고 했다. 그것을 진정으로 알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약점을 놀리고, 비웃는 대신 그를 채워주게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찾아낸 장단점을 비유가 담긴 문장으로 적어 그림과 함께 담아 책표지로 표현한 아이들의 작품은 정말인지 놀라웠다. 나는 아이들의 기발하고도 멋진 작품들을 보며, 모든 아이들이 시인이고, 예술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선생(先生)님은 한자어 그대로 먼저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는 학교에서는 나왔지만, 다시 학교에서 아이들과 나누며 살아가는 선생님으로 살아갈 수 있어 참 기쁘다. 나는 앞으로도 누구보다 열심히 삶에서 소중한 것들을 앞서 배우며, 그를 아이들에게 잘 전하는 메신저로 살아가고 싶다. 나의 자리와 중심을 지키며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각자가 가진 고유한 빛과 색을 비추고 빛내며 살아갈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하고 싶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목적이고, 나를 살게 하는 힘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내 안의 거울을 닦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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