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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명품가방을 메고

by 달리아

올해 첫 아이를 입학시키고, 첫 학부모총회날이 찾아왔다. 매년 이 시즌이 되면 '학부모총회 옷', '학부모총회 가방' 등의 키워드가 상위 검색어로 올라오거나 관련 포스팅이 메인에 자주 등장했던 기억이 난다. 공식적인 행사인만큼 정장 등을 입고 가야 하는 분위기라 그런 듯하다.

엄마도 그런 글들을 보셨는지, 어딘가에서 들으셨는지, 이번에 집에 오시며 내게 가방 하나를 가져다주셨다.

이 가방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무려 30여 년 전 나의 외할아버지께서 정년퇴임 후 외할머니와 다녀오셨던 유럽여행 중 사 오셨던 가방이다.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시는 할머니께서 가방을 들고 다닐 곳이 없으시다고 엄마에게 주신 가방을 엄마는 또 내게 전해주셨다. 평소 에코백과 배낭 등을 주로 메고 다녔던 나지만, 정장을 입었을 때 들만한 가방도 하나쯤 있었으면 했던 터라 감사히 받았다.


명품가방과 명품이 아닌 가방의 기준이 단순히 비싼 가격이 아니라 얼마나 견고하게 오래 잘 쓰는가에 있다면 수십 년간 3대가 물려 쓰는 가방은 명품가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머니와 엄마의 세월과 마음이 담긴 가방을 들고 나서며, 언젠가 내가 이 가방을 나의 딸에게 물려줄 날도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진짜 물려주고 싶은 건, 내가 엄마와 엄마의 엄마, 그 엄마의 엄마들에게 받았던 따뜻하고 든든한 사랑이라 느끼며, 그 사랑의 강줄기 속에서 흘러가고픈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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