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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스쿨 Mar 21. 2024

봄의 향을 담은 도다리 쑥국 끓이기

봄은 나물의 계절이다. 겨울철 언 땅 속에서 추위와 어둠을 뚫고 나온 초록빛 나물들을 볼 때면 절로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 든다. 쌉쌀하면서도 달큼한 나물을 살짝 데쳐먹으면, 입맛이 절로 돌고 기운이 난다. 그중 우리 집에서 매해 봄마다 꼭 해 먹는 음식이 있다. 바로 도다리쑥국이다. 몇 년 전 통영 여행을 갔을 때, 바닷가 근처 식당에서 처음 먹었는데, 쑥의 향긋함과 도다리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서 한 그릇을 뚝딱 비운 뒤로 봄마다 게 되는 음식이다.


마침 시골로 귀농하신 부모님께서 쑥과 냉이, 머위 등을 잔뜩 캐서 보내주신 덕분에 봄의 향기가 가득한 밥상을 차려보기로 마음먹고, 도다리를 주문했다. 도다리쑥국은 생각보다 만드는 데 시간도 적게 걸리고, 과정도 쉬운 편이다.


먼저 넓은 냄비에 물을 담아 알육수를 넣어 끓여 육수를 만들고, 무를 썰어 넣어 끓어오르면 비닐과 지느러미, 머리를 제거하여 손질하여 칼집을 낸 도다리를 넣은 뒤, 된장과 다진 마늘 등을 적당량 풀어준다.

도다리살이 뽀얗게 익었을 때 쑥을 한 움큼 넣고, 냄비 뚜껑을 닫고 불을 끈다. 30초-1분쯤 뒤에 뚜껑을 열면 쑥이 숨이 죽어 국에 스며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먹으면 된다. 취향에 따라 대파나 두부를 추가해서 썰어 넣어도 좋다. 마지막으로 들깨가루를 살짝 부려먹으면 더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난다.

다 끓인 도다리쑥국은 도다리와 쑥의 양을 취향껏 조절해서 그릇에 담아 먹는다. 여린 쑥의 풋풋한 향기와 큼직한 도다리의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행복이, 얼굴 가득 웃음이 퍼진다. 밑반찬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머위에 초장을 찍어먹으니 봄날의 풍성한 밥상이 금세 뚝딱 차려졌다.


어제 춘분도 지났고, 노란 산수유도 폭죽처럼 터져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는 정말 봄이 성큼 다가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짧아서 더 소중한 이 봄을, 겨우내 너무나 기다렸던 이 계절을 더 귀하게 잘 맞이하며 담아야겠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도 정성껏 다듬어 요리한 밥상의 따뜻한 기운이 잘 전해지기를,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봄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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