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학교에서 급식이 나오지 않아 돌봄 교실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 오라는 공지가 있었다. 도시락을 싸려니 며칠 전, 어린이집 봄소풍을 다녀온 둘째가 친구의 예쁜 도시락이 좋아 보였다는 말이 떠올랐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번엔 이왕이면 조금 더 예쁜 도시락을 싸보기로 했다.
마침 둘째가 말했던 친구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엄마라서 어떻게 도시락을 쌌는지 물어보았다. 사진을 보니, 둘째가 왜 부러워했는지 알겠다. 그 엄마와 얘기를 나누었는데, 어릴 때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셔서 직접 싼 도시락을 가져가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만들며, 자신 안의 내면 아이를 달래고, 안아주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는 아이 엄마의 얘기를 듣고, 어딘가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릴 때 소풍을 갈 때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김밥을 싸시던 엄마의 손, 고소한 참기름 냄새, 야채 등이 볶아지는 냄새, 갓 구운 햄과 계란 지단의 맛 등이 감각적 기억으로 남아있다. 누군가 나를 위해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한다는 그 느낌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 내 삶을 세워준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사랑을 받아봤기에, 혹은 받고 싶었기에, 나 역시 조금 더 정성과 마음을 담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했던 것은 검색이었다. 이미지 검색으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도시락을 검색해서, 비슷한 모양틀을 구입했다. 육아는 장비빨이 크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지만, 도시락도 장비빨이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이 큰 편이라 작고 세밀한 작업을 힘들어하는 내게 모양틀과 캐릭터 이쑤시개는 그야말로 효자 아이템이었다.
그렇게 장비를 구입해 두고, 오늘은 새벽 5시 50분에 눈이 절로 떠져서, 조금 더 누워있다가 일어나 미리 사둔 과일부터 씻고, 크로와상 생지를 구웠다. 그 후엔 주먹밥 재료와 밥을 섞어, 도시락 아래에 깔고, 칼집을 내서 소시지를 구웠다. 그 후에는 모양틀에 흰 밥을 넣고, 찍어서 캐릭터 모양 밥을 만들었는데, 김을 펀칭해서 눈과 입모양새를 붙이는 것은 생각보다 고난도 작업이었다. 몇 번의 실패를 거쳐, 토끼 볼터치와 병아리 입까지 심혈을 기울여 붙여 넣고서, 갓 구운 크로와상에 쓰고 남은 치즈와 연어, 햄 등을 넣었다. 마지막으로는 캐릭터 이쑤시개로 포인트를 주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정말 그럴듯한 도시락이 되어, 막 자다 깬 아이들도 눈이 동그랗게 되어 감탄을 했다.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집중을 요하는 일이었지만, 장비들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와 뿌듯했다. 도시락을 열고서 행복하게 밥을 먹을 아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정말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아침잠이 많던 올빼미형 인간이었던 나의 습관도 변화시켰고, 세심하지 못한 성향까지 변화시켰다. 그만큼 사랑은 힘이 세다. 내 삶에서 전해진 사랑은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내게 흘러왔던 사랑을 나 역시 아이들에게 잘 전하고 싶다. 오늘은 그것이 도시락으로 전해졌기를 바란다.
도시락을 싸고서는 최선을 다한 나 자신도 토닥여주었다. 동시에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직장인으로 분주하게 살아가는 세상의 엄마들이 떠올랐다. 그런 엄마들의 손을 잡고, 가슴을 맞대어 안고서 서로를 토닥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의 첫날, 집집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과 행복한 날들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