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5일 어린이날은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입하(立夏)이기도 했다. 산나물의 계절인 봄에는 갓 돋아난 나물들을 생으로나 데쳐서 먹었다면, 여름에는 장아찌를 담는다. 금방 시드는 나물이나 야채들도 장아찌를 담그면 오래도록 보관하여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고기나 백숙과 함께 먹어도 소화도 잘 되고, 매일의 밑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다. 5월은 마늘종이 제철이라며 손이 큰 엄마가 각종 장아찌들을 보내오셨다. 장아찌로 냉장고 한 칸이 거의 찰 것만 같은 양이다.
아이들도 장아찌가 있으면 짭짤하고 달달한 맛에 밥을 더 잘 먹어서 좋다. 냉장고 정리를 할 때 남은 채소가 있으면 모두 썰어 장아찌를 담그며, 버리지 않게 되어 좋다. 엄마에게 전수받은 초간단 장아찌 만들기 비법은 다음과 같다.
장아찌를 담그려는 채소는 잘 씻거나 다듬어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아둔다. 그다음 간장:식초:설탕:소주를 냄비에 1:1:1:1 비율로 넣고 끓인다(경험상 소주는 빼도 된다). 소스가 팔팔 끓으면 불을 끄고, 채소가 잠길 정도로 용기에 소스를 충분히 부어준다. 뜨거운 소스가 한 김 식을 때까지 뚜껑을 열어두었다가, 식은 뒤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으면 장아찌가 완성된 것이다.
이렇게 만든 장아찌는 아삭한 식감까지 오랫동안 유지된다. 간장맛을 빼고 싶을 때는 물:식초:설탕을 1:1:1 비율로 같은 방법으로 피클을 담그기도 한다. 피클을 담글 땐 월계수잎, 후추나 피클링스파이스를 조금 넣으면 맛이 더 살아난다.
정말 쉽고도 간단한 방법으로, 잘 상하지 않는 건강한 밑반찬을 만들어두면 덥고, 습한 여름도 두렵지 않다. 입맛이 없던 아이들도 장아찌를 밥도둑이라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다채롭게 우거지는 초록빛이 너무나 아름다운 5월, 이 빛을, 이 순간을 장아찌와 함께 잘 담아두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