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서는 환생을 믿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라 할 수 있는 달라이라마는 16대 달라이라마이다. 즉 16번째 환생했다는 뜻이다.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 법회에 참석했을 때, 그 이야기를 듣고선 “16대에 걸쳐 사기를 치고 있네!”라며 콧방귀를 끼었던 한 여자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 조롱 섞인 얼굴이 막상 달라이라마가 등장하자 “어머어머!” 하면서 활짝 펴지며 어쩔 줄 몰라했다. 마치 아이돌을 만난 열성 팬과 같은 반전에, 어떤 느낌이었냐고 물어보니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열리고 환해졌다고 했다.
대홍수 영화 리뷰에 뜬금없이 웬 환생 얘기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홍수를 보고 나서, 나는 티베트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사람은 자신의 인과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환생을 하며, 자신이 전생에 미처 못 했던 수행을 해나가며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에 있다고 믿었다. 결코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구하려는 엄마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 수만 번을 거듭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그들이 보였다.
티베트 불교 경전에서는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깨달음을 ‘보리심’이라고 하는데 이를 ‘하나뿐인 아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이라고 비유한다. 나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아이에 대한 마음은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훌쩍 뛰어넘게 하는 사랑이기도 하다. 내가 들었던 법문에서는 깨달음은 결국 나와 남을 둘로 보지 않는 지혜이자 사랑이 없이 성취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환생을 믿든, 믿지 않든, ‘우리가 수업겁의 시간 동안 무수히 많은 환생을 해왔기에, 세상의 모든 존재가 한때는 나의 어머니였다’고 생각하며, 개미 한 마리도 밟을까 조심하는 티베트인들의 행동에는 모든 생명들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깃들어있음이 분명했다. 이는 자연과 다른 생명들을 해치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발전해 온 문명과 문화와 반대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어쩌면 무분별한 성장의 부작용과 한계 앞에서 돌파구가 되어줄 수도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모든 인류가 멸망한 뒤에 지구에서 살아갈 새 인류를 만드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 ‘대홍수’의 메시지도 그와 닿아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대홍수와 가뭄,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와 전쟁과 환경오염 뉴스를 보며 느끼는 절망감과 무기력감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도 결국 다른 생명을 구하고, 지키려는 사랑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뻔한 답이고 결말이라고 생각될지 몰라도, 사실 그것을 내 일상과 삶에서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상상과 질문도 해보았다. ‘만약 우리의 삶과 내 주변의 인연들이 영화의 배경과 상황에서처럼 홀로그램과 같은 허구의 세계라면? 내가 진짜라고 믿고, 실재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가짜라면?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 프로그램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삶에서 우리가 가치 있다고 느끼며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나 내가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이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티베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경전인 <입보리행론>에서 샨티데바는 이렇게 말한다.
세월이 흐르면 미운 사람도 사라질 것이요. 좋아하는 사람도 사라질 것입니다. 나도 또한 사라질 것이니 이와 같이 모든 것이 없어질 것입니다.
꿈을 꾼 것이나 다름없이 내가 좋아했고, 쓰던 물건 어떤 것들도 기억으로만 남을 진데 지나간 모든 것은 다시 볼 수 없게 됩니다.
한 해의 끝을 앞두고, 대홍수와 같은 종말이 아니라 해도 결국 죽음이라는 끝이 있는 삶을 바라본다. 꿈처럼 사라질 것들 앞에서,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펼쳐진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떠올려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종착지는 사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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