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결국 아름다움에 맺히는 거야

청민 <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by 고수리
지친 발걸음을 끌고 오는 날이면 우리가 차 안에서 함께한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그런 날, 한때 우리가 공유했던 창밖을 떠올려본다. 꾸벅꾸벅 졸다가도 화들짝 깨선 새로운 풍경을 눈에 담던 시간을 곱씹어본다. 그럼 가쁜 하루를 보내다가도 작은 힘이 생긴다. '맞아, 내겐 이렇게 아름다운 기억이 있지' 하고. 그렇게 웅크렸던 하루가 조금씩 고개를 든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하고, 그래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아닐까. 좋았던 조각을 증표 삼아 오늘을 살아내는, 연약하지만 따스한 존재 같다며 액자 속 환하게 웃는 가족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 청민 <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196-197p


정말 오래 기다렸던 청민작가의 책. 아버지 피터의 사진이 함께 담긴 책이어서 더욱 따스했다. "시선은 결국 아름다움에 맺히는 거야."라는 아버지의 말이 내내 들리는 것도 같았다.


작가의 글과 아버지의 사진, 아름다움에 맺힌 시선들. 가족들과 복작거리며 떠났다가 순간 순간에 머무는 장면들이 영화처럼 아름다웠다. 한 동네에 심어지진 않았지만, 용기와 떠남과 돌아옴, 그리고 사랑을 온몸으로 배운 바람 같은 사람은 마치 오월에 부는 훈풍 같다. 부드럽고 잔잔하고 훈훈하고 반가워서, 안아주는 사람같달까.


"길을 잃으면 맥도날드에서 만나는 거야." 떠나서도 다시 만나는 사람들. 길을 잃고 헤매다가도 돌아올 베이스캠프 같은 품이 있다는 건, 언제나 살아갈 힘이 되더라고. 청민작가의 모든 글이 말해준다. 다 괜찮았다고. 모두 좋았다고.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줄게. 마치 여행지에서 나에게 보내준 엽서같이.



오랜 동료인 청민작가의 글을 참 좋아합니다. 우정을 여기에 두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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