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북스 김희영 Aug 04. 2023

8월의 시작...

엉망진창이다.

8월에 계획한 것들이 많았다.


먼저, 으누를 유치원에 보내게 되었다. 일반 유치원은 아니고, 숲유치원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숲에서 활동을 하는 곳인데, 일절 학습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언스쿨 하며 자연에서 키우겠다는 나의 교육관과 맞는 곳이라 선택을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10~3시에 근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기로 했다. 집까지 왔다 갔다 하기에는 꽤 먼 거리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공부와 업무를 보기 위해 노트북도 새로 샀다. 새 노트북으로 본격적인 책 쓰기도 시작할 것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강의도 2개나 결제를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 가있는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리라 다짐을 했었다. 이외에도 계획한 것들이 많다.




하지만 어디 인생이 내 뜻대로 척척 흘러가던가. 그렇다면 오히려 재미가 없겠지.


7월 마지막주, 달콤이가 수술을 했다. 자궁을 드러내고 방광과 장을 절개하는 큰 수술이다. 어쩌면 달콤이를 안아 보는 게 마지막일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참 많이 슬펐던 날이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수술을 잘 끝났고, 일주일이 넘게 지금까지 치료 중이다. 2.5 킬로의 작은 달콤이는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기특하고 대견하고 고맙다.


그 주 주말, 나는 열이 펄펄 끓었다. 오한이 와서 밤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 열대야 폭염이 기승이라던 그날 밤, 나는 겨울 이불을 2개나 꺼내 꽁꽁 싸매고 겨우 누웠다. 차라리 내 몸을 갈아서 가루로 만든 후 다시 뭉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끔찍한 밤이었다. 옆에 누운 아이는 그런 엄마가 걱정이 되는지 몇 번이나 내 이마를 만졌다. "엄마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예쁜 말과 함께.


다음 날, 아이는 밥을 먹다가 분수토를 했다. 이마를 짚어 보니 역시나 열이 펄펄 끓었다. 집에 있는 해열제를 먹였더니 아이는 병든 병아리마냥 종일 졸았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눈에 초점이 풀리는 아이를 물수건으로 연신 훔쳐낸다. 아이가 아프니 나는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다. 내가 아파서 아이에게 옮긴 것 같아 미안한 마음만 들뿐이다.


 남편도 몸살 초기증상이 오는 것 같다고 한다. 그냥 감기가 아니구나 싶어서 셋이 손잡고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입니다."


뭔 놈의 코로나가 아직도... 아오 지겹다. 지겹다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는 독감하고 힘을 합쳐서 작년보다 힘이 세진 것 같다. 체감하는 병의 증상이 더 심하다. 3명의 약을 지어오니 한 보따리다. 달콤이 약까지 하니 식탁이 꽉 찬다. 때마다 맞춰서 각자의 약을 챙겨 먹는 는 것도 일이다.


약을 먹고 나면 한 명씩 툭툭 쓰러진다. 거실 에어컨 아래에서 널브러져 잠이 든다. 그렇게 자다가 깨고, 밥을 먹고 다시 약을 먹는다. 그리고 다시 눕는다. 이런 비슷한 날들이 몇 번 지났고, 8월 첫째 주가 그렇게 흐른다.




다 엉망진창이라는 생각에 화딱지가 훅 올라온다. 계획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그런 짜증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서 나에게 화가 난다. 하지만 그 뾰족하고 모난 마음은 표현할 곳이 없어서 결국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향한다. 안 그래도 아파서 예민한 마음인데,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그럼에도 감사한 일을 찾아야지... 와 같은 긍정긍정한 이야기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내 주변이 모두 엉망진창이니까, 머릿 속도 엉망진창이고, 8월의 계획도 모두 엉망진창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