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육아휴직은 안돼."
남편과 저는 6살 차이가 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아이 둘을 원했고요. 첫 아이 키우는데도 눈물을 쏟았으면서 철이 없었죠. 큰아이 임신이 너무 쉽고 빠르게 된 터라 둘째도 그럴 줄 알고 '조심히 하자'라며 근자감도 보였었는데 웬걸요. 둘째는 좀처럼 찾아와주지 않았습니다. 장시간 노동에 불편한 출퇴근 길 까지 한 몫 했겠지요. 으슬으슬 춥고 몸이 가라앉듯 피곤한 것 같으면 다음 월경주기가 다가올 때까지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모릅니다. (Tip. 생리 예정일이 지나기 전에 테스트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생리예정일 이후 한 번 해보시고 확인되시면 산부인과 내원하시는 것으로 충분해요.) 그러다 결국 생리가 시작하면 맥주 한 캔을 따고 청승을 떨고 그랬지요. 이런 속도 모르고 시댁에서는 "애 하나면 외로워서 안된다, **이가 일 더 하고싶어 안갖느냐"고 채근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오래도록 원했던, 지하철로 이동 가능하면서 1시간 이내로 오갈 수 있는 곳으로 출퇴근을 시작하니 일시에 몸이 편안해졌습니다. 생긴 것은 둥글둥글 예민할것 없어보이나 냄새에 민감하여 자주 구역질하고 차멀미도 심하게 하는 저에게 버스 출퇴근은 고역이었거든요. 게다가 한국 법인이 설립되기 이전에 소위 '꿀빠는' 시간이라 그랬는지. 두둥- 어머 이건 진짜야 싶은 신호가 찾아왔습니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찼습니다. 익숙하게 걸어가던 길도 걷다보면 아주 땅 속으로 가라앉아버리는 느낌이었어요.
아.. 이직한지 3개월밖에 안됐는데??
반가운 한편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인정합니다. 온전히 기뻐할 수가 없었어요. 저희 회사는 한국 법인 설립을 승인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시기였습니다. 지사장을 비롯하여 필수인력만 채용된 상태에서 벗어나 제약회사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었습니다. 항암제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확장하여 빅 마켓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심혈관계약을 처음 허가받으려는 참이었고, 그 담당자는 저였습니다. 저에게는 꽤 중요한 시기였다고 변명이 길어졌네요. 제 매니저에게 뭐라고 말씀드려야할지 난감해서 최대한 숨기려고 했었는데. 아기집을 확인하자마자 입덧이 시작되어 더 숨기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어요.
아 정말?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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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근데. 미안하지만 육아휴직은 안돼.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 이해하지?
선배이자 상사인 그분은 아주 발랄하게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하시지 않더라도 내심 제출을 좀 당겨서 한 후 출산휴가를 다녀오면 검토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딱 돌아올 수 있겠다고 계산을 끝낸 후였으니 특별히 마음의 상처는 없었는데.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말씀을 듣고 보니 백일도 안된 아이를 어떻게 할지 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둘째가 이렇게 올 줄 알았더라면, 이직은 하지 않았어야하는데 (....) 어쩔 수 없는 후회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한가득 저를 잡았습니다.
다시 돌이켜보아도 어떤 단어를 골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는 복잡한 마음을 글로 옮기니 또 착잡해집니다. 세상에 생겨나는 순간부터 편하지 않았을 둘째, 오늘 더 많이 안아주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