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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Feb 10. 2021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찾은 일의 의미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나요?

넷플릭스에서 한창 인기 있던 미드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봤다. 사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다. 최근에 본 건 <펜트하우스> 정도이고 작년에 본 드라마는 <스토브리그>, <부부의 세계>, <청춘 기록>... 이 정도 되는 것 같다. 그것도  TV에서 본방이나 재방으로 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영상을 보는 걸 귀찮아하는데 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1. 한 번 시작하면 중간에 스킵하고 보는 걸 못한다.

2.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면서 봐야 한다.

3. 30분 이상이면 너무 길게 느껴진다.


즉, 한 번에 집중해서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극장이나 TV 본방송처럼 환경이 조성된 경우는 괜찮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볼 때는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30분 이내에 짧은 영상을 보는 것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한 편당 30분 내외로 굉장히 짧은 호흡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내가 정주행 한 유일한 미드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킬링타임용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꽤 알찬 내용이다.


일을 사랑하고 능력 있는 에밀리의 파리 생활기.

단순하게 동경하던 파리에서의 생활이나 에밀리의 연애 내용이 아닌 에밀리가 하고 있는 일의 내용이 주가 되는 것이 좋았다. 프랑스 회사란 저렇게 여유롭구나 싶은데 에밀리 회사 사람들 보면 프랑스에 대한 편견이 생길 법하다.


'신이 가장 기분 좋을 때 프랑스를 만들고 기분 나쁠 때 프랑스인들을 만들었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납득이 갈만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도 이 과정을 잘 헤쳐나가는 에밀리가 대단하고 일에 대한 열정과 능력도 있어 멋졌다. 위기가 닥쳐와도 재치 있게 쿨하게 해결하는 걸 보니 참 부럽기도 하고 일을 정말 재미있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파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는 에밀리를 보면서 초반에 프랑스 동료와 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어 계속 기억이 난다.


You live to work.
We work to live.



미국인들이 일을 많이 한다면서 행복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거 같다고 하는 프랑스인 동료.

이 말은 미국인에게만 해당되지 않고 한국인들에게도 굉장히 와 닿는 말이다.


특히, 퇴사 전까지 나의 회사 생활이 떠올랐다. 매일 같은 야근에 주말에도 일을 하고 일 외에 나를 위한 시간이 없었다. 한때는 정말 열정적이게 일 했다. 좋아하는 업계고 좋아하는 일이었다. 바쁘지만 일을 끝내고 나면 성취감이 느껴졌고 성장하는 걸 느꼈다. 하지만 3년을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번아웃이 왔다. 모든 것에 흥미를 잃고 취미도 없고 휴식도 없고 약속 있으면 나가고 비는 시간에는 그냥 누워있기만 했다. 3년을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까 이젠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일은 열심히 하되,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해 일을 할 필요가 있다. 내가 행복해야 일도 더 재미있고 열심히 할 수 있다. 일 속에서 행복을 찾고 삶 속에서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퇴사 후 내가 다시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이 상태로 회사를 다시 들어간다면 또다시 좋아하던 일에서 흥미를 잃고 번아웃이 오고 일에 쫓겨 살게 될 것이다. 나 자신을 아는 것, 지금 나에게 가장 큰 숙제이다.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보기 시작했는데 일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 드라마였다. 일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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