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프라임 세포는 사랑 세포래요!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보러 갔다.
유미의 세포들은 옛날부터 재미있게 보던 웹툰으로 최근 완결이 났다.
무려 5년간의 연재가 끝이 났다.
주인공인 유미도, 웹툰을 보던 독자도 함께 성장한 5년이 아닐까 싶다.
전시회는 재미있었다.
유미의 세포들 콘셉트를 잘 나타냈고 각각의 체험 공간도 귀엽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유미 덕력 평가 문제지나 나의 프라임 세포를 알아보는 체험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유미의 세포들의 덕후라고 하기는 뭐했기 때문에 유미 고시의 점수는 60점, 뭐 반 이상은 맞았다.
그리고 나의 프라임 세포를 알아보는 테스트가 있었는데 내 결과는 '사랑 세포'.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유미의 mbti가 ISFP라는데 이것도 같고, 프라임 세포도 같고, 새삼 유미와 내가 닮은 점이 있구나 싶더라!
또 어떤 점이 닮았을까?
mbti가 같고, 프라임 세포가 같고 평범한 회사원으로 느끼는 감정이 같(았)다.
일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즐기면서 사는 것도 아니고,
근사한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건 늘 똑같아.
나는 행복하게 지내고 싶을 뿐이야.
전시회에서 유미를 소개하는 내용에 있던 내용이었다.
연재 초반에 나왔던 유미의 생각.
그리고 작가가 된 뒤 유미의 생각.
사실 초반 연재분은 공감되는 내용이 정말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다지 없었다.
유미의 인생에서 고민하던 시기가 지나고 '자신을 소중히 하고 '유미'가 원하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위해 용기를 내고 이런 과정이 나에게는 정말 웹툰, 그냥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공감은 어려워진 것이다. 나와는 그저 달리 성공한 인물의 인생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작가라니, 평범한 회사원으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유미도 분명히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특출 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어릴 적 꿈꾸던 작가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가 되기 위해 퇴사를 한다니.
하지만 유미는 결국 인기 작가가 되었다.
하루아침에 이룬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미래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얻어낸 것이다.
퇴사 : 무모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일
2달 전 퇴사를 했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던 내가 아무런 준비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항상 불안함을 안고 사는 내에게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렸고, 일을 잘하고 싶었고, 회사를 다니며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3년 반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나'를 잃어버리고 자존감이 떨어지고 행복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한, 나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삶이란 무엇일까?
유미의 첫 번째 생각과 같은 고민을 하고,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삶이란 내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
유미와 같은 생각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미는 자신이 언제, 어떤 때, 무엇을 하면 행복한 지를 알았고 나는 아직 그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퇴사라는 용기 있는 일을 해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행복한 것을 찾을 때가 왔다.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결국 그것을 이뤄낸 유미처럼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
전시회는 같은 회사를 다니던 먼저 퇴사한 언니와 함께 갔다.
백수 둘이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보며 공감하고 힐링하며 최근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그 언니와 나는 닮은 점이 많다.
회사를 그만둔 이유도, 지금 삶에 대해 다시금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전시를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소소하게 일상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오늘 내가 느낀 행복이었다.
전시 중에 "시나리오 쓰고 있네"라는 코너가 있었다.
사람의 표정을 카메라로 스캔하여 지금 어떤 감정인지 알려주는데 분노, 혐오, 두려움, 행복, 슬픔, 불안, 중립의 감정 중 행복 80, 불안 19가 나왔다. (나머지 1점은 어디 갔을까?)
행복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는 요즘인데 지금이 행복한 상태라고 한다.
행복이란 정말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어떤 때 행복한지 정확히 모르지만 앞으로도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과 큰 행복을 찾아가자.
단순히 웹툰을 좋아해서 갔던 전시회인데 많은 생각을 하고 돌아왔다.
지금 행복하다.
- 2020년 11월 6일 작성한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