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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mond 달몬트 Jun 18. 2022

토르텔리니

이태리 볼로냐식 아기만둣국, 토르텔리니Tortellini in Brodo

작은 그릇에 담긴 오랜 정성,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Tortellini in Brodo.
명절 아침, 오래 쌓인 그리움만큼이나 고향을 찾는 자식들의 양손이 무겁습니다. 노인 볼로냐를 향해 뛰어오는 귀여운 손주들. 그 뒤로 머쓱하게 웃음 짓는 아들 파르마도 보입니다. 돼지 뒷다리를 건조해 프로슈토 햄을 만드는 아들 파르마Parma, 신선한 우유로 숙성치즈를 만드는 딸 레지오 에밀리아Regio Emilia.
이 날을 위해 볼로냐Bologna는 낡은 식탁을 닦고 또 닦아왔습니다. 그녀는 아들, 딸이 가져온 햄과 치즈를 노란 반죽 안에 넣기 시작합니다. 자식들의 오랜 고생이 행여 밖으로 새어나갈까 반죽을 누르는 손 끝에 힘이 실립니다. 막 불에서 내린 뜨거운 냄비가 식탁에 오르자 솟구치는 김이 파르마의 시야를 가로막습니다. 파르마는 안경을 벗어 들어 그 연기 속에 얼굴을 묻더니 옅은 미소로 숨을 깊게 들이쉽니다.


mondodelvino.co.kr


이탈리아의 수도인 로마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가면 미식의 고장이라 불리는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이 나온다. 이곳은 이탈리아 최대의 강인, 포강Po River 하류에 속해 넓고 비옥한 토지를 자랑한다.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자란 농산물과 목축업, 낙농업의 발달로 ‘이탈리아 요리의 수도’라는 별칭을 가진 곳이다. 이곳의 주도인 ‘볼로냐Bologna’는 이탈리아에서도 음식 맛으로 명성이 자자한데, 그중에서도 ‘토르텔리니Tortellini’는 볼로냐를 대표하는 명물 중 하나다. 토르텔리니는 밀가루에 달걀을 넣어 반죽한 피에 햄, 치즈 등의 속을 넣어 빚는 음식인데, 만드는 방법이나 생김새가 꼭 우리네 만두와 닮았다. 하지만 만두가 아닌 엄연한 ‘파스타’다.

이탈리아에서는 토르텔리니를 육수에 넣어 먹는다고도 했다. “볼로냐에서는 소고기나 닭고기로 국물을 낸 다음 삶은 토르텔리니를 넣어 먹기도 하는데 특히 겨울에 즐겨 먹어요.” 얼핏 우리의 만둣국과 비슷하지만 우려낸 육수에 익힌 토르텔리니를 띄워 먹기 때문에 만둣국보다 국물이 맑고 맛이 깨끗하다.
이욱정,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예담)


외국인 친구와 한인마트에 함께 가던 날이었습니다. 한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는 얼마   휴가를 내고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그녀의 입에서 최신 한국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반갑고 그리운 고국 이야기는 맞지만, 대부분 K-pop 소식입니다. 흐트러지는  모습에 친구는  음식 이야기로 화제를 돌립니다. 길거리에서 먹던 떡볶이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직접 만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마트에 도착해 다양한 종류의 떡들 앞에 멈춰 서  고민에 잠긴  미간을 찡그립니다. 이내 떡볶이  하나를 집어들고 말합니다.

부산 가래떡 떡볶이

"내가 먹은 건 이것보다 훨씬 컸어. 그건 떡볶이가 아니었나?"

"만드는 사람 마음이지!"

"마음대로 만든 거야?"

"..."

친구는 자신이 먹고 온 음식이 표준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금세 시무룩해집니다. 어떤 떡볶이를 먹고 온 것인지 짐작이 가지만, 떡 크기 차이를 설명하려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한계를 직시하고 말을 아낍니다.


이처럼 현지의 자연스러움을 외부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꽤 넓은 정보까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를 단숨에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욕심일지 모릅니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도 먹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품의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아름다운 것을 부각하는 정제 과정. 이는 상품이 대중성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작업 후 남아있는 것은 결국 공장의 매뉴얼을 따른 공산품들입니다.

생파스타를 만들려면 ‘밀가루’와 ‘계란’만 있으면 된다. 지금처럼 저울이 일반화되지 않았을 무렵, 우리 할머니 세대가 생파스타를 만드는 방식은 이러했다. 작업대 위에 밀가루를 펼친 뒤 계란을 하나씩 넣고 질감이 적당하다고 느낄 때까지 반죽하는 것. 이런 방식이 쭉 이어지다가 어느때부터인가, 밀가루 100g 당 계란 1개(60~65g)라는 공식이 차차 성립되었다. 그리고 이 공식은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모든 가정집에 통용되고 있다.
김밀란, 김밀란 파스타: 이탈리아에서 요리하는 셰프의 정통 파스타 레시피(다산라이프)

이탈리아식 만두. 왼쪽의 큰 것은 토르텔리노, 오른쪽의 작은 것은 토르텔리니입니다. 앙증맞은 크기가 참 귀엽습니다. 큼직한 토르텔리노에는 리코타 치즈와 채소가 들어가고 작은 토르텔리니에는 햄과 고기가 주로 들어갑니다.

밀가루로 쌓아 올린 산을 중지와 약지를 이용해 무너뜨리고 이로 인해 생겨난 움푹한 공간에 신선한 달걀을 넣어줍니다. 반죽한 뒤 밀대로 밀어 넓게 자르면 라자냐 면, 길고 얇게 자르면 스파게티면이 됩니다. 만두처럼 원하는 재료를 반죽에 감싸서 라비올리나 토르텔리니로 만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면 반죽을 말리지 않고 바로 삶는 것을 선호하지만, 꼬들꼬들하게 건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만들어내는 파스타의 모양이 다르고 만드는 방법의 차이도 무수히 많습니다.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 Tortellini in Brodo


//재료 (4인분)


<반죽>

밀가루 400g

달걀 4

노른자 2

소금 1t





<속>

프로슈토 햄 100g (하몽도 가능합니다)

모르타델라 햄 100g

버터 10g

돼지 등심 or 안심 150g

달걀 1

파마산 치즈가루 130g

넛맥가루 1/2t


<육수>

닭 한 마리(1.2kg)

샐러리 3줄기

당근 2

양파 1

물 2L

+ 소금 2t















프로슈토 햄 100g과 모르타델라 햄 100g, 달걀 하나, 버터 10g을 넣고 팬에 구운 돼지 등심이나 안심 150g, 파마산 치즈가루 130g, 넛맥 1/2t을 넣고 핸드믹서로 곱게 갈아줍니다.






 반죽

밀가루 400g 중앙에 홈을 판 뒤, 달걀 4개와 노른자 2개, 소금 1t을 넣어줍니다. 계란물에 밀가루를 조금씩 더해가듯 반죽하다가 더 이상 빠르게 섞이지 않을 때 손반죽을 시작합니다.

10분 정도 손반죽 한 뒤, 올리브 오일 2T을 섞습니다. 기름이 반죽에 겉돌지 않고 완전히 흡수되면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로 감싼 뒤, 냉장고에서 30분간 숙성합니다. (최대 1시간)

반죽을 최대한 얇게 편 뒤, 3x3cm or 4x4cm 사이즈로 잘라줍니다. 작업하는 동안 반죽이 마르지 않게 덮어둡니다.

/실제 토르텔리니 반죽은 제 반죽보다 훨씬 더 얇습니다 ᵕ_ᵕ̥̥

속을 넣은 반죽을 삼각형 모양으로 절반 접은 뒤, 엄지와 검지로 끝부분을 눌러줍니다.

새끼손가락을 중앙에 끼워서 끝을 말아준 뒤 엄지로 고정시킵니다.


육수

1.2kg 닭 한 마리와 샐러리 3줄기, 당근 2, 양파 1, 물 2L를 넣고 1시간 이상 푹 끓여줍니다. 수분은 날아간 만큼 중간중간 보충합니다.

1인분 기준 육수 500ml와 소금 1/2t을 넣어 끓인 뒤 만들어둔 토르텔리니 한 움큼을 집어넣습니다. 토르텔리니가 육수 위로 둥둥 떠오르면 불에서 내립니다.























자세한 조리과정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업로드해두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 @dalmond__

유튜브 달몬트 | dal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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