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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mond 달몬트 Aug 12. 2023

접시 바닥까지 싹싹 닦아먹게 되는

후무스 Hummus

예루살렘. 종교적 색채가 짙은 곳이지만 딱히 믿는 구석 없이도 이 도시는 참 매력적인 여행지라 생각됩니다. 제가 그리 느꼈던 것처럼.


걸으며 만나는 장소마다 오랜 이야기가 담겨있고 현재도 그 스토리의 매듭이 풀렸다 묶이기를 반복하는 곳. 역사적인 사실이나 구전되는 이야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 눈이 갑니다. 그 자리에 자연스레 생겨난 음식들에 대한 기대가 더 크기 때문인데요.


예루살렘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근처 중동지역의 음식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을 거란 얄팍한 마음을 품고 떠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알아크사 사원(좌), 통곡의 벽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유대교인들(우)

저의 가벼운 마음을 누군가 들여다 봤을까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매일 숙소 밖을 나설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나가야 할 만큼 살벌했던 그 긴장감이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예루살렘에서는 제가 기대했던 만큼 다양한 음식들을 접할 수 없었습니다. 우선 다양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스라엘-중동국가들의 대립관계입니다. 주변나라들에 제 아무리 값싼 농산물이 널린 들 그것들이 이스라엘로 들어오진 않습니다.

둘째는 토양이나 날씨 때문인데요. 야채나 과일을 여유 있게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셋째는 손 맛 좋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주변 나라에 터전을 옮긴 상황입니다. 때문에 음식도 지역 색채가 옅어진 지 오래입니다.


종교 성지들이 모여있는 Old City.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골고다언덕(지금은 올드시티 내부 길입니다), 유대인들의 수많은 사연을 흡수하는 통곡의 벽, 이슬람의 3대 성지 중 하나인 알아크사 사원. 이 모든 곳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사연 많은 장소들이 올드시티 벽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기 때문에 사건사고도 참 많습니다. 때문에 이 곳은 가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며칠 밤을 뒤척이며 고민하다 결국 올드시티 다마스쿠스게이트(이슬람교) 안으로 향합니다.

하루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작은 올드시티 성벽 안 구석구석을 드나듭니다. 그 좁은 길 모퉁이 후미진 곳에서부터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빵 향기.











납작한 반죽을 푸석한 화덕에 던지자 둥글게 부풀어 순식간에 피데 빵이 만들어집니다. 김이 폴폴 나는 빵들은 구워지는 족족 시장 구석구석에 위치한 후무스 가게들로 배달됩니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게. 구수한 병아리 콩 향기가 진동합니다. 넉넉히 뿌려지는 향긋한 올리브오일이 부드러운 후무스에 윤기와 향을 더합니다.

이번에 만들 요리는 중동 전역에서 즐겨 먹는 요리 후무스입니다 :) 정말 맛있으니 꼭 만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후무스 Hummus


[ 재료 ]

병아리콩 한 컵(200g)

콩 삶고 남은 물 10T

타히니 150g(깨120g 오일40g)

얼음 60g

레몬즙 50ml

올리브오일 3T (30g)

소금 1t


1. 하룻 밤(15시간)을 물에 불린 병아리 콩은 가스불에서 2시간 이상 삶거나 압력솥을 이용해 푹 익혀줍니다.

/ 한 컵 분량의 병아리 콩을 물에 충분히 불리면 두 컵 분량이 됩니다. 저는 인스턴트팟에 불린 병아리 콩과 물 한 컵 반을 넣은 뒤 쌀 버튼을 눌러 조리를 끝낸 뒤 20분 정도 보온상태로 두어 뜸 들여주었습니다.

콩을 걸러낸 물은 버리지 마시고 따로 보관해 주세요. 나중에 병아리 콩을 갈 때 필요합니다.

/ 병아리 콩이 오랜 시간 몸담은 이 액체를 Aquafaba라고 하는데 채식하시는 분들은 베이킹할 때 달걀흰자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

2. 타히니 소스가 있으면 그대로 사용하시고 없으시면 볶은 참깨를 블렌더로 적당히 갈아준 뒤 천천히 오일을 추가합니다. 오일과 참깨를 동시에 갈면 참깨가 기름에 겉돌아 곱게 갈리지 않습니다.

/ 한국에 참기름이 있다면 중동에는 타히니라 불리는 참깨 소스가 있습니다. 볶은 참깨에 오일을 섞어 만드는 소스인데 샐러드나 빵 등 여러 곳에 찍거나 뿌려먹습니다.


3. 참깨소스에 잘 익은 병아리 콩과 레몬즙, 소금을 넣은 뒤 블렌더를 다시 천천히 작동시킵니다.












4. 올리브유도 조금씩 추가합니다.








5. 병아리 콩을 삶고 남은 물 10스푼을 조금씩 흘려줍니다. 뻑뻑하다 싶으면 조금 더 추가하셔도 됩니다.


6. 마지막으로 준비한 얼음을 조금씩 넣고 돌린 뒤 후무스가 충분히 부드러운 질감이 됐을 때 마무리합니다.







접시에 후무스를 올리고 중앙에 홀을 만든 뒤 신선한 올리브유를 충분히 뿌려주세요 :) 빵으로 접시를 닦아가며 후무스 먹는 재미, 꼭 경험해 보세요!


자세한 조리과정은 유튜브에 영상으로 업로드해 두었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스타 @dalmond__

유튜브 달몬트 | dalm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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