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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님 Jun 23. 2020

05 주택살이에 친해져야 할 것 3가지 (1)

녀석들이 나타났다!!!


"헉!!!!!"

  너무 놀라 갈아입으려고 꺼낸 옷을 집어던졌다.

커다란 지네가 옷 후크 쪽에 꿈틀대고 있었다.

어휴, 지금도 그때 놀랬던 생각에 다시 소름이 돋는다.

살충제를 마구 뿌리고 두꺼운 책을 그 위에 떨어뜨린 후 발로 밟고 오만가지 사투를 혼자 다 벌였다.

그렇게 큰 지네를 본 것도 처음이었지만 집 안에서 그것도 내 옷에 있는 건 처음 본 지라 너무 놀라 두근대는 심장은 쉽게 멈추질 않았다.

휴지를 최대한 두껍게 말아 집어내어 봉지에 꼭꼭 묶어 아예 마당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책이며 바닥이며 소독용 알코올로 닦아내고 난리 난리 그런 난리가 없었다.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해서 방역해주시는 분을 소개받아 제일 빠른 시간 내에 집안 전체 방역을 했다.

"지네는 한 쌍으로 같이 다녀요.. 한 마리가 더 있을 겁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더 큰 충격이 찾아왔다.

며칠 동안 그 남은 한 마리 지네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지네는 섬유류를 좋아해요. 그래서 집 안에서는 옷 사이, 이불 사이에서 많이 발견돼요."

아, 진짜... 연달아 삼차 멘붕이 찾아왔다.

주택 이사 오기 전에 벌레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걸 각오하고는 있었지만 벌레를 워낙 싫어하는 터라 직접 겪어보니 정신이 혼미했다.

'그래, 어렸을 때 바퀴벌레 때문에 우리 집이 너무 싫었었지...'

잊고 싶어 봉지에 꽁꽁 묶어 두었던 기억도 되살아나 내가 왜 신혼 때부터 줄곧 주택은 제외하고 있었는지도 생각났다.

"도대체 어디서 들어오는 거야?"

남편은 이사 왔을 때부터 집안의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고 다녔었는데 지네 출몰 이후로 틈새 찾기는 더 심해졌다.

발견 즉시 실리콘으로 다 막고 다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벌레는 진짜 작은 틈만 있어도 다 기어 다닐 수 있고 리모델링한 집들은 기존 자재와 새 자재 사이에 있다가 날씨가 따듯해지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며칠 뒤 이불이란 이불은 죄다 꺼내고 옷이란 옷은 다 살펴보며 다시 정리하던 중에 이미 죽어 납작해진 지네 시체를  발견했다.

그 뒤에도 바퀴벌레, 쥐며느리, 집게벌레 등등 많은 벌레가 출몰했지만 1년에 2차례 봄, 가을에 한 번씩 방역을 하고 남편이 온갖 구멍과 틈을 막아준 덕분에 지금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10년쯤 살다 보니 이제는 오히려 어쩌다 한 번씩 녀석들이   나타나면 '방역할 때가 왔군!' 생각하며 바로 연락을 드린다.

여전히 출몰한 녀석을 잡기 위한 사투는 호들갑과 함께지만..


주택에서는 미리 각오하긴 하겠지만 그 보다 훨씬 더 강하고 크고 다양한 녀석들이 생각지도 못 한 곳에 자주 출몰하므로 느닷없는 사투를 대비해야 하며 1년에 적어도 2차례 이상 방역은 필수다! 이사할 때도 가구들이기 전에 미리 구멍과 틈새 찾아 막기도 필수!!

방역에는 좀 신경을 철저히 써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마당이 있다 보니 사시사철 나름의 매력이 있고 마당이 가져다주는 좋은 추억들이 훨씬 많지만

각 종 벌레들도 생각보다 훨씬 많다.

집 안은 사투를 벌이며 방역으로 지켜내야 하겠지만 마당은 좀 다르다.

특히 여름에는 모기와 파리들에게 마당을 내준다 생각해야 한다.

잠깐 마당에 빨래를 널어도 기본 2,3방 물리는 건 순식간이다.

더워서 마당에 나가 대야에 발 담그고 수박 한쪽이라도 먹을라치면 모기향 2~3개 피워놓는 건 기본이다.

우리 집은 감나무가 있어서 그 밑에 있는 흙에 온갖 벌레가 다 사는 것 같다.

뒤쪽 보일러실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옆집에서 키우는 단풍나무에서 단풍잎들이 수북이 떨어져 있어 자주 치워주지 않으면 벌레들의 아지트가 되기 십상이다. 생전 처음 보는 벌레를 만날 때도 있다.

방역할 때 집안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경계 부근에 약을 뿌리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비가 언제 오느냐에 따라 복불복이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최대한 맑은 날이 지속되는 주간에 방역을 하긴 하지만

그냥 마당은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생각하고

같이 살아간다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내어주어야 할 것은 내어주며 같이 살다 보니 때로는 녀석들이 주택에 사는 게 이런 거구나를 더 실감 나게 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엊그제 우리 집은 또 한차례 방역을 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방문객을 들이는 것을 피해 왔었고

비 오는 날이었지만 슬금슬금 횟수를 더해 출몰하는 녀석들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작년 가을 이후로 올해 들어 처음 방역을 했다.

앞으로도 방역은 주택살이에서는 빼놓지 않고 해야 할 관리 대상이다.

주택에서 살 계획이 있다면 벌레에 대한 대비를 위해 1년에 2차례 이상 집 안 방역과 친해져야 함을 염두해 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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