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응급실이나 수술실이 아니다.
나의 프로병수발러, 범블비가 운전하는 차 안에 편히 앉아 있다.
오후 3시 43분. 지루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찰거머리 통증 녀석이 웬일로 잠시 외출했다.
나와 떨어져 있기가 그리 어려운 일인가.
나갔다가도 잽싸게 돌아오는 녀석인지라 불안하고 무서웠지만
소박한 바람이었던 평범한 일상에 감사함을 느꼈다.
괴로운 존재를 잊은 찰나가 얼마나 귀한지.
움직이던 차는 빨간 신호에 멈췄다.
미소를 지으며 범블비를 향해 얘기했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
거울처럼 나를 따라 웃으며 그가 물었다.
"오늘, 대체로 괜찮습니까?"
입꼬리를 내리며 비장하게 대답했다.
"네! 생각해 보니 입원 안 한 지 오래됐어. 정말 대단해."
신이 나 어깨춤을 췄다.
콧바람을 쐰 녀석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우주여행도 한다는데 우주선에 태워 보내버리고 싶다.
머나먼 행성에 떨궈주면 뜨거워 죽거나, 얼어 죽거나, 길을 잃거나.
평온함의 시간은 곧 끝날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순간만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확신한다.
새벽 1시 10분.
외출 나갔던 녀석이 돌아왔다.
그 길로 어디라도 가면 좋으련만 기어코 돌아오다니.
한숨 한 번 내뱉고 약 두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배를 움켜쥐고 침대에서 이리저리 구르다 녀석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잠시나마 무탈했던 저녁이 아쉽지만, 다시 만날 무탈함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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