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페어 준비 쉽지 않다.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제작자, 글을 쓰는 작가, 책방지기들이 존경스럽다. 이 많은 걸 어떻게 준비하는 건지... 첫 북페어 참가라 떨리기도 하고, 빠뜨린 게 있을까 봐 걱정되어 요즘 선잠을 잔다. 촘촘한 계획을 세우는 파워 J인데 3개월 전부터 준비한 물품들은 북페어 전날인 오늘까지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북카페 S 사장님, 독립출판물 제작자인 K님 두 분과 팀으로 참가하기에 필요한 물품은 분담해 준비하고 있다. 혼자였으면 벌써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지도.
최근 한 달은 더 꼼꼼하게 준비했다. 사전 모의연습도 하며 책과 굿즈를 이리 놓을까 저리 놓을까 옮겨봤다. 우리가 준비한 건 각자 쓴 책과 좋아하는 책 몇 권, 북페어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굿즈 여러 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더 절실히 느꼈다.
집순이에게 북페어 참가는 해외여행 도전기나 마찬가지다. 소리에 예민해서 사람이 많은 대형 마트도 안 가는 내가 1년에 한 번 정도 큰맘 먹고 타 지역 북페어 관람은 가는데, 어렵게 가놓고 지쳐서 금세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참가가 아닌가?! 왜? 굳이? 이틀 동안 긴 시간 무리하며 행사에 참여하는 이유는 환자로서 간호사로서 개인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간호사인 나도 크론병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병원 근무 시절에도(지방의 작은 병원이라 환자케이스가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크론병 환자를 만난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접하기 쉽지 않은 질환이었다. 당뇨나 고혈압 환자처럼 많이 만날 순 없지만 그래도 지금 환자의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기에 크론병을 알리고 싶었다. *크론병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발병한다. 얼마 전 학회 행사에 참여했을 때 그룹으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함께 했던 분들도 중학생들의 부모님들이셨다. 북페어에 참가해 나의 이야기가 담긴 <병실로 퇴근합니다>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도 크론병 환자로서 살아가며 겪는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누군가가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일상과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겪었던 나로서는 10대~40대 환자들이 만나게 될 불편함이 걱정되었다.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 모든 환자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나의 경우를 빌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직장 생활하며 동료와 상사의 작은 배려는 보다 삶을 무난히 보내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가끔 독자들이 몸이 힘들 텐데도 불구하고 일도 하고, 글도 쓰며 작가로 활동하는 이유를 묻는다. 그럴 때 나는 과거 병가를 내며 따가운 시선을 견디거나, 화장실에 가면 시간을 재어 몇 분 동안 화장실을 갔었다는 그런 말을 들었던, 내가 마주했던 일들을 부디 어린 환자들이 앞으로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 말한다. 그렇기에 몸이 버티는 한 글을 쓰고, 병에 대해 알리고자 한다. 환자로서 때론 간호사로서 내가 겪는 억울했던 일, 슬펐던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며.
한 가지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내일 행사장에서 좀 더 잘 견디고 화장실은 덜 갔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 오늘도 모두 평안한 날, 무탈한 날 보내시길....
*사진 출처 : < 애쓰던 곳에서, 있는 그대로 > 표지
*reference : 염증성장질환의 모든 것. 대한장연구학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