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지금 먹으면 안 돼?"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30 >

by 달여울 작가

"지금 접시에 놓여있는 마시멜로 하나를 먹어도 되지만, 참고 15분을 기다리면 하나를 더 줄게."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에서 했던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의 한 장면이다. 책으로도 유명해진 실험으로 실험 참여아이들 중에서는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1/3은 나중에 학업 성적이 높고, 사회적인 성공 확률도 높았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마시멜로 실험은 '자기 조절 이론'을 잘 설명해 준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만족보다는 지연된 만족을 위해서 '참고 견디는 힘'을 기르면 나중에 더 커다란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마시멜로 실험을 꺼낸 이유는 우리나라가 '커다란 마시멜로 실험장'과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공부만 해. 대학 들어가면 그 뒤에는 니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까지 정규교육 12년동안 나는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법을 배워 왔다. 그 이유는 오로지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역시 우리 아이들도 같은 이유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는 중이다.


"지금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으면 나중에 하나가 더 생길까?"


IMF 이전과 그 이후에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이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선배들은 4학년 때 대기업에서 입사지원서를 들고 와서 지원하라고 들이밀었는데 우리는 참 운도 없지."


IMF 이후에 졸업을 한 대학 선배들이 했던 말이다. 그들과 나만 해도 기업에서 서로가 모시고 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경쟁을 통해 기업의 안정적인 정규직 자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을 보면 상당 기간 기업에서 인턴 등의 경력을 쌓고, 스펙도 쌓아야만 정규직 일자리가 보장된다.


우리 때만 해도 "12년만 참아"라고 했던 말이 이제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16년, 그리고 인턴 기간까지 더하면 거의 20년에 가까운 기나긴 참을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연된 만족'은 너무나도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지 못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잠깐 저기 창 밖에 있는 나무를 좀 볼래?"


고등학교 때 어느 날. 사회 과목을 가르치셨던 선생님의 말에 반 아이들 모두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


"저 나무를 보면 봄에는 싹이 돋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지고. 지금 이 가을에는 아름답게 단풍으로 물들고 있거든. 나는 말이야. 가끔씩 그런 걸 하나도 느낄 여유가 없는 너희들을 보고 있으면 좀 안타까워."


그 때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대로 학생 때 느낄 수 있는 많은 행복과 경험들이 있을 텐데. 나는 오랜 기간동안 그런 것들을 외면하면서 살아 왔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라는 말이 있다. 평소에 경험하지 않은 일은 잘 모른다는 뜻이다. 학창 시절에 내가 먹지 않고 참아왔던 많은 행복과 경험이라는 이름의 마시멜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행복도 그 때 그 때 그 맛을 보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건데 그 때 그 마시멜로들을 먹지 않고 참았던 것이 맞는 선택이었을까?



"마시멜로 지금 먹으면 안 돼?"


만약 우리 아이들이 지금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할 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월,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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