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 써라"

<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공감 31 >

by 달여울 작가

어릴 적 내 필통에는 늘 기다란 연필들 사이에 몽당연필 한 자루가 들어 있었다. 지금은 연필이 매우 흔하지만 내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연필이나 공책, 지우개 같은 학용품들이 넉넉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길었던 연필이 사용하면서 점점 짧아지고, 나중에는 손으로 쥘 수 없을 만큼 짧아지면 빈 볼펜대에 키워서 몽당연필로 만들어서 사용하곤 했다. 나만 유독 그렇게 아껴서 연필을 사용했던 것은 아니었고, 주변 친구들도 필통을 열어보면 볼펜대에 끼워진 몽당연필이 한 자루씩은 들어 있었다.


지금은 우리 아이들 책상과 필통에서 몽당연필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른 집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만큼 연필이 흔하고 넘쳐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확실히 내가 어릴 때보다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좀 아껴 써라."


내가 어렸을 때 물건도, 경제 사정도 넉넉하지 않다 보니까 어른들로부터 늘상 듣던 말이다. 당신들은 나보다 더 어려운 시절인 60~7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내셨을테니 물건이 더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의 눈에는 어릴 적에 우리가 물건을 쓰는 것이 풍족해 보였을 것이고, 때로는 낭비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아껴 쓰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몽당연필도 만들어서 쓰고, 공책도 다 쓴 것을 지우개로 지워 한 번 더 쓰기도 하는데 왜 이런 말을 하실까 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어른의 나이가 되어 보니 이제서야 눈으로 보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 때 어른들이 정말 하고 싶으셨던 말들은 물론 물건을 아껴서 쓰라는 말 그대로의 의미도 있었겠지만, 물건을 가치있게 잘 사용하라는 말씀이 아니었나 싶다.

연필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와 흑연 등 자연에서 얻는 그런 자원들이 아깝게 낭비되지 않도록 그 '쓸모'를 다할때까지 소중하게 생각해서 최대한 활용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쓸모"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사람과 물건의 "쓸모"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겠지만, 하나의 몽당연필과 같은 물건도 그 쓰임을 다할 때까지 소중하게 다뤄지는 것처럼, 사람도 "가치"를 생각해서 그가 늙어 죽을 때까지 다른 이들이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아껴 쓰라"는 어른들의 말이 물건의 '가치를 알고, 아끼고 소중하게 쓰라"는 말로 이제야 제대로 들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