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운 것들이 태어나는 서울에서
영등포시장 공구상가에서 마주한 노포는
오랜만에 만나는 학교 친구처럼 정겹다
넥타이 매고 양복을 갖추어 입은 손님도
먼지와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 손님도
노포와 함께 늙어가는 주인 아주머니는
가리지 않고 늘 살갑게 맞아준다
사람들이 들고 난 자리 표시라도 하듯이
탁자와 다리마다 훈장같은 흠집이 새겨 있고
헐거워 삐걱이는 의자와 가운데가 꺼진 방석들
바랜 벽지와 액자 위에 묵은 시간이 앉아 있다
투박한 접시에 오래 익은 김치가 나오고
몇 명이나 먹였을까 싶은 듬직한 뚝배기에는
예전 그대로 우려낸 뽀얀 국물이 담겨 있다
목을 조이는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어버리고
겉옷은 벗어 의자에 툭 아무렇게나 걸친다
입바람 불어 뜨끈한 국물 한 숟가락 먹으면
아 그래 이 맛이지 사람 사는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