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지만 성취감이 없고 공허할 때

끝없는 욕망은 결코 충족되지 않는다.

by 달여울 작가

“하루 종일 움직였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


우리의 일상은 늘 바쁘고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합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회의들, 제출기한이 정해져 있는데 아직 마무리 못한 보고서. 틈틈히 고객과의 통화와 이메일 확인 등. 근무시간에 미쳐 끝내지 못한 일들로 야근을 하기도 합니다. 책상 위의 달력에는 앞으로 해야 할 스케쥴들이 빼곡하게 적혀 빈 칸이 없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루 종일 움직였지만, 힘든 하루가 끝나면 뒤늦게 공허함이 찾아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만족은 점점 줄어드는 걸까?”


밤에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가 남들이 웃으면서 여행 하는 사진, 회사에서의 승진 소식과 좋은 집을 산 친구의 글들보면 불안이 밀려옵니다.


“나는 아직 멀었어.”


우리는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더 열심히 달리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바쁘게 달려도, 마음속 허전함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습니다.



"의지는 갈망이자 지루함"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의지는 고통의 근원이다. 만족은 찰나이며, 욕망은 다시 태어난다.”


우리의 문제는 물론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의 의지가 ‘멈출 줄 모르는 상태’에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늘 ‘다음 목표’를 향해 끝없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직장이나 사회적 지위 또는 경제적 성과 등 우리가 목표한 것을 이루고 나면 잠시 기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어느새 곧 새로운 욕망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그 욕망이 금방 충족되지 않으면 삶은 순식간에 공허로 떨어집니다.


쇼펜하우어는 이와같은 인간의 의지, 즉 욕망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의지는 끝없는 갈망이다.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스럽지만,
충족되면 이내 지루해진다.”


우리의 불안과 공허는 이처럼 바로 그 의지, 즉 욕망이 갈망과 지루함의 사이에서 끈임없는 진자운동을 하는 가운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것만 이루고 나면 행복하겠지?"

"이것만 더 얻고 나면 좋아지겠지?"


우리이렇게 행복을 ‘다음 단계’에서만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그 단계는 언제나 우리보다 한 발 앞에 있었고, 어럽게 그 단계에 도달해도 그로 인한 기쁜 마음과 만족감은 잠시뿐이고 새로운 욕망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의 현재는 늘 결핍으로 남아 있게 됩니다.



‘충분히 했다’는 내적 승인


욕망의 무한 진자운동을 멈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쇼펜하우어가 제시하고 있는 해법은 단순합니다.


“지혜로운 자는 의지를 멈추고,
지금 이 순간을 관조한다.”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을 꼭 성취하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욕망이 만드는 소음을 잠시 멈추고 내면의 고요함에 귀 기울일 때 찾을 수 있습니다.


하루종일 이어진 일에 심신이 지쳐있던 어느 날 퇴근 후,
집 근처의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았습니다.
해가 지는 시간이라 서편은 노을로 아름답게 물들어가고, 바람이 잔잔하게 불어 왔습니다. 가을이라 바람에 낙엽이 흔들리면서 바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순간에 나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는 언제나 어딘가에 도착하려고만 했구나. 하지만 시간에도 매일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이 지고 있었고, 매년 가을에 낙엽들이 이렇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겠지. 인생에는 도착지가 없는 걸지도.”


그날의 감상으로 나는 처음으로 ‘열심히 잘 해 왔다 라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그날의 느낌은 어떤 성취보다도 깊고,
어떤 보상보다도 따뜻했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하루를 다 채우려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를 느끼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고요 속 충만함을 회복하는 연습


"행복 근육"을 발달시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에서의 만족감을 위해서 우리는 매일매일 만족했던 순간에 대해

되새겨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비록 소소한 만족이라도 하루를 마치며 이렇게 일기를 싸 보면 어떨까요?


“오늘 나는 충분히 잘 살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 오늘의 좋았던 순간을 아래와 같이 기록해 보는 것입니다.


"아침에 출근해보니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았다."

"동료와 작은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웃었다."


이렇게 일기를 싸 보면 어느새 우리 마음은 ‘결과 중심적 사고’에서 ‘존재 중심적 인식’으로 전환되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조용한 공간에서 명상을 함께하면 새로운 목표를 끊임없이 세우려는 ‘의지의 엔진’은 잠시 멈추고, 그 순간 비로소 마음의 바닥에서 평화가 솟아나는 것을 느낄수 있을 것입니다.


멈춤 속에 충만함이 있다


오늘도 나는 어제처럼 여전히 많은 일들로 바쁩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알고 있습니다.

삶의 목적은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더 깊게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그리고 매일 퇴근 길에 하늘의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릴 것입니다.


“오늘도 충분했다


� 마지막 문장 ― 문학 인용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는 길 위의 쉼터다.”
― 알랭 드 보통,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