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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수 Jun 09. 2020

케밥과 김밥

이란인과 한인이 함께 살아가야 할 터전

 한국에서 잘 생긴 배우를 꼽으라면 당연 장동건이 꼽힌다. 크고 부리부리한 눈, 짙은 눈썹, 날카로운 콧날, 남자다운 턱 선등이 으뜸이다. 조용진 얼굴 연구소장은 "장동건처럼 혼혈이 아닌데도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한국인인 경우 수백 년 전부터 유입되어 온 각 혈통의 유전이 면면히 이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아내인 고소영이 알면 조금 섭섭한 얘기겠지만, 이곳 토론토의 노스욕이나 리치먼드 힐에서는 장동건 같은 미남을 흔히 볼 수 있다. 바로 군빵 옆 슈퍼마켓, 그 길 건너 케밥(Kabab) 레스토랑, 센터포인트 몰, 초원식당 앞 커피숍 등에서 잘 생긴 이란인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란인들은 주로 노스욕 윌로우 데일(Willowdale) 근처에서 모여 살다가 지금은 영(Yonge st.)과 16th 근처, 리치먼드 힐(Richmond hill)로 많이 옮겨 갔다.  윌로우 데일 지역은 이란계 뿐 아니라 중국, 한국의 부유층들이 선호하는 지역인데, 한인 1만여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시의원 선거에서는 한인 후보가 이란 후보를 1차 투표에서 이겼으나, 최종 경선에서 앞서 떨어진 이란 후보가 경쟁 후보를 밀어주는 바람에 한인 후보가 아깝게 낙선했다. 앞으로도 이란계의 도움이 절 실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토론토의 노스욕에는 한인과 이란인이 많이 살고 있어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필요하다.

   광역 토론토 내에 이란계 이민자들은 25만여 명으로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보통 이란을 중동 국가로 생각하는데, 이란은 아시안으로 인도-아리안 계통의 페르시안이다. 언어도 파르시(페르시안)를 쓰기 때문에 무슬림 국가이면서도 아랍어를 몰라서 대부분 코란을 읽지 못한다. 

  이란계 샘 나자르 목사는 "무슬림에게 접근하려면 친근한 인간관계를 먼저 맺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문화를 이해하여야 한다. 한인과 이란인들은 유사한 점이 있다. 단일민족, 오랜 역사를 가진 점 등 공동 관심사가 많다."라고 하며 "젊은 세대들의 교류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이란인들이 주로 먹는 케밥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간단한 음식을 먹어 보는 것 정도는 도전할 만하다. 이란인은 외식 문화가 우리 만큼 발달되지 않은 듯하다. 우리에게 그나마 알려진 것이 꼬치에 고기를 끼워 구운 케밥이다. 일반적으로 2가지 케밥이 있는데, 양고기를 갈아서 만든 '쿠 비데 케밥'과 닭고기를 구워서 만드는 '주제 케밥'이다. 그때 함께 나오는 빵을 소스와 육즙에 푹 적셔 먹으면 참 맛있다. 빵 대신 밥을 원하면 안남미에 버터와 소금을 조금씩 넣어서 만든 찰기 없는 흰밥이 나온다.  어떤 곳은 노란 사프란을 넣은 노랑 밥이 나오기도 하는데, 사프란은 꽃의 암술머리로 만든 고급 향신료이어서 가격이 좀 더 비싸다. 케밥을 시키면 토마토가 하나씩 구워 나오는데, 껍질 살살 벗겨서 밥과 버터에 비벼 먹으면 맛이 괜찮다. 

 

한국과 이란이 함께한 포퍼먼스 <바실라>. 페르시아 왕자와 신라공주의 사랑이야기.

   이란인들의 주식은 그래도 빵이다. 이란 빵은 '넌'이라 부르는데, 주로 가게에서 사다 먹는다. 이란 빵집에 '넌'을 사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밀가루에 물, 약간의 이스트, 설탕, 소금을 넣고 반죽하여 하룻밤 발효시킨 후 손으로 떼어 내 둥글게 모양을 만든다. 약간 부풀어 오르면 손으로 납작하게 만든 후 둥근 방망이로 얇고 넓게 만들어 높은 온도의 가마에 넣어 구워 낸다.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는데, 둥글고 얇은 '라보쉬'와 약간 길면서 두꺼운 '바르바리'가 있다. 갓 구워낸 따끈따근하고 담백한 빵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은 매력이 있다. '라보쉬'에 김밥이나 비빔밥 재료를 말아서 먹어도 별미인데, 두께가 얇아서 하루 이상 지나면  금방 굳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매일 구워 먹는 이란 빵 넌.

  

  우리가 케밥을 먹으러 다니면, 언젠가는 이란인도 김밥을 찾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음식 문화는 참 융화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먼  신라시대에도 페르시안들이 한반도에 거주하였다는데, 토론토에서 이웃에 살며 서로 이방인 인듯한 삶을 후손에게도 대물림 해야 한다니 딱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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