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수 Jul 22. 2020

똥 밟을 확률

로토 판매하는 사람을 차별하는 캐나다

똥 밟을 확률’

 프랑스의  작가  안느 장부아가 쓴 ‘똥 밟을 확률’이라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 있다. “젖소가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유와 쇠똥”. 이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우유는 누구나 마시니 괜찮아요! 하지만, 쇠똥은 어떨까요? 쇠똥이 길에 떨어지면 누군가 밟겠죠?  그런데 쇠똥이 목장에 떨어질 때와 길에 떨어졌을 때. 목장 풀밭에 쇠똥이 떨어지면 괜찮아요! 그러나 길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길에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책은 이런 식으로 두 가지 경우의 수 중 어떤 쪽으로 가게 되는가에 따라 일의 상황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쇠똥이 목장과 길에 떨어질 두 가지 경우를 알려주고,  길에 떨어진 쇠 똥을 사람이 지나갈 경우와 안 지나갈 경우를 알려준다. 사람이 지나가며 쇠똥을 볼 경우는 다행이지만, 못 볼 경우는 어떻게 될까? 다시 두 가지의 가능성으로 이야기를 푼다. 쇠똥 옆으로 지나갈 경우와 앞으로 지나갈 경우.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결국  똥을 밟게 된다. 이럴 때가 결국 ‘똥 밟을 확률’이 되는 것이다.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가 살면서 ‘똥 밟을 확률’은 거의 없지만, 작가는 ‘확률’이라는 딱딱한 수학적 개념을 아이들에게 쉽게 가르치기 위해 재미있는 똥 이야기로 흥미롭게 글을 썼다.


  캐나다 사람이 즐겨하는 로토(LOTTO) 6/49의 확률은 약 1,300만 분의 1이라 한다. 흔히들 벼락을 두 번 맞을 확률보다 로토 맞을 가능성이 없다고들 표현한다. 논리적으로 확률을 따져서 로토를 사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로토 구입은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의 차이가 없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수학과 통계학, 심리학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교수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확률 이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들 조차 이길 확률이 높고  상금이 적은 도박보다는 확률이 대단히 낮지만, 상금이 훨씬 큰 쪽을 선택하는 불합리한 행태를 보였다.  이것이 평균적인 인간의 심리이다. 

캐나다 로토의 확률은 1,300만 분의 1이다.


 더군다나 로토는 큰 금전적인 부담이 없이도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닌가. 로토에 목숨을 건다면 확률론으로 볼 때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적은 액수로 구입한 로토는 잠시나마  환상의 즐거움을 준다. 로토 티켓을 보며 괜히 당첨될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이런저런 상상에 빠져 보게 된다. 그 환상 만으로 몇 달러의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곳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대박 꿈을  꾸며 로토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컨비니언스를 하는 한인들은 로토 머신 앞에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주일에 한, 두장 정도의 로토 티켓을 재미 삼아 구입하게 된다고 한다.


 타리오 복권 및 게임 공사(OLG)는 2017년 11월 26일부터 “로토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로토 티켓을 살 경우에는 리테일러 플레이(Retailer Pla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구입해야 한다”라고 했다. 만약 로토 리테일러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입하지 않으면 로토 티켓이 1등에 당첨되어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로토 리테일러들이 1등 당첨된 수가 많은데, 손님들의 로토 티켓을 주지 않거나, 다른 부정한 방법으로 당첨된 혐의가 있어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궁리 끝에 만들어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그야말로 ‘똥 밟을 확률’까지  생각하며 만든 어이없는 유아적 발상이다. 

 로토 리테일러들의 부정한 행동을 막는 안전장치는 이미 여러 가지 시행되어 왔다. 로토 티켓을 체크할 때는 모든 티켓에 구입자의 사인을 하도록 하였고, 체크한 모든 티켓은 다시 돌려주도록 하였다.  로토 머신에 티켓을 체크하여 당첨이 되면 윈윙 소리가 나며, 모니터에는 당첨된 내용이 큰 지막 하게 보이게  되어 있다. 모든 손님들은 로토 머신 앞에 서서  티켓 당첨의 환희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따라서 리테일러들이 부정한 짓을 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없다.

‘리테일러 플레이(Retailer Play)’는 모든 로토 리테일러들을 부정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차별화 한 행위이다. 로토 판매는 국가가 특정의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과 로토 판매를 하는 사람도 국민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잊은 듯하다. 과연 ‘똥 밟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매거진의 이전글 '백자 달 항아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