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뭐 볼만한 거 있어?” 하는 안부 전화를 자주 받는다. 팬데믹으로 집 안에서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남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궁금한 거다. 나라고 별 다를 게 없는데, 몇 주 전부터 재미있게 보는 방송이 있어 소개한다. 바로 JTBC에서 매주 월요일에 하는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지난 11월 중순부터 시작한 새로운 예능으로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재야의 실력자, 한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힌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한 방송이다. 참가 조건은 단 하나인데, 한 장이라도 앨범을 낸 적 있는 가수라면 누구나 도전이 가능하다. 설 수 있는 무대와 길을 잃어버렸지만 포기를 모르는 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의 장을 준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착한 예능'이라는 것이다. 1회당 약 1시간 45분 정도로 구성되지만, 서바이벌로 떨어지는 출연자가 4분의 1 정도로 이어서 다른 오디션처럼 출연자의 반씩 떨어지는 불안감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된다. 또한 앨범을 발매해 본 경험이 있는 가수들이어서 그다지 실수가 많지 않고 품격 높은 가창력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오디션에 참가하는 가수들에게는 그동안 못 나왔던 애절한 사연이 있어 재미있는데 슬픔이 연출된다.
<싱어게인>은 그런 잊힌 가수들을 모아 만든 것 같다. 사실 이런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보장되기에 벌써부터 각 방송사들은 비슷한 포맷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그 원조 프로그램 중 하나가 <MBC 대학가요제>이다. <MBC 대학가요제>는 스타 발굴의 장으로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가요계에 큰 영향력을 주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조금씩 과거의 명성을 잃기 시작한다. <MBC 대학가요제>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가요 기획사의 전문화와 연관이 깊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창기 사회를 보던 이수만이 만든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가요 기획사들이 생기면 서다. 가수 데뷔를 위한 전문적인 창구가 생긴 것이다. <MBC 대학가요제>의 경우 수상 뒤에는 MBC 가요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는 정도가 특전의 전부였다. 하지만 기획사는 전문적인 서포트를 통해 H.O.T, 젝스키스, 신화 등 아이돌 그룹을 척척 키워냈다. 가수가 되기 위해 대학생이 되기까지 기다릴 필요 없게 된다.
결정적으로 <MBC 대학가요제>가 막을 내린 것은 2010년대 이후 케이블 방송사 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히트 치면 서다. 이들 오디션 프로그램은 창작곡이 아닌 가창만을 심사해 참여의 폭을 넓혔는데, <MBC 대학가요제>는 ‘작곡이 가능한 대학생’이라 참여자의 규제가 많았다. 따라서 실력파 뮤지션들은 종적을 감춰 버리고 아마추어 음악 지망생들이 경쟁하는 구도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게 된다.
결국 2012년에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는 지난 2019년에 다시 열린다. 7년 만의 공백에도 참가팀이 300팀이 될 정도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최근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이돌 위주로 흐른데 다, 그 마저도 조작 논란에 휩싸여 <MBC 대학가요제>가 상대적으로 빛을 본 셈이다. 하지만, 올해 또다시 팬데믹으로 개최할 수 없게 되어 ‘한번 더’ 원조의 부활을 노렸던 MBC로서는 참 아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우리 모두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있다면…’하는 소망이 있다. 특히 무대에서 잊힌 가수들에게 그 애절함은 더욱 강하다. <싱어게인>를 보다 보면 그 속에서 잊힌 꿈도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