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로 나는 가야지

희미함을 기억나게 하는 가수, 강은철

by 황현수


두물머리에서 만난 북한강과 남한강은 미사리에서 하나가 된다. 그 미사리가 지닌 추억은 오래고 오래다. 선사 시대부터 사람들은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았다. 하지만 그 삶의 자취는 오랜 세월 동안 잊혀 있었다. 미사리 선사 유적지가 눈앞에 드러난 것은 1979년이다. 모래 채취장에서 예사롭지 않은 유물들이 발굴되면 서다. 그러나 그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모래를 파내 강폭을 넓히는 바람에 대부분의 유적지를 덮어 버렸다. 그 위로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등으로 잘 닦인 제방, 조정 카누경기장이 자리 잡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1990년대 말, 제방 옆 도로를 끼고 카페촌이 들어선다. 그곳은 중년들에게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며, 신세대 댄스가수들에 밀려 TV에서는 볼 수 없는 노래꾼들의 라이브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 노래를 통해 어제와 오늘이 만나는 징검다리 장소가 된다.


1997년 라이브 카페 ‘록시’가 처음 문을 연 뒤, 한 때는 50여 개의 카페가 들어선다. 카페 이름도 메인 출연자를 넣어 ‘이종환의 쉘브르’ ‘송창식의 록시’ ‘김학래, 임미숙의 루브르’ ‘하남석의 코박코’ ‘박상민의 라이브박스’ ‘이치현의 싼타나’등이 유행했다. 조관우, 윤시내, 유열, 이광조, 남궁옥분, 전인권, 강은철 등의 7080 세대 가수들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명성이 부끄러울 정도인 3~ 4곳 만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강은철이 2014년 가을에 토론토에 와서 <삼포로 가는 길>을 불러 교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갔다.

가수 강은철은 미사리에서 꽤 인기 있던 가수다. 관객들이 원하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바로 통기타로 반주하며 라이브로 소화할 수 있는 가수였기 때문이다. 그가 부른 <삼포로 가는 길>은 7080 세대에게는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하는 추억의 노래다. 이 곡의 작곡가 이혜민은 ‘아빠와 크레파스’, ‘호랑나비’, ‘59년 왕십리’등 인기 가요를 작곡했다. 이혜민은 고등학교 시절, 어느 여름날 삼포에 머물면서, 아름다운 어촌마을의 향기에 취해 노랫말을 구상한다. 바닷가 외로운 마을, 푸른 뒷동산, 뭉게구름이 펼쳐진 하늘, 이러한 풍광들이 그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그리움을 노래로 그린다. 가사는 1970년대에 썼고, 노래는 1983년에 발표한다.


삼포는 경남 진해시 웅천동에 있는 아담한 포구마을이다. 당시에는 이웃마을 명동에서 구비구비 산길을 따라 힘들게 넘어가야만 했지만, 지금은 해안도로가 시원하게 뚫려있다. 해안도로 옆 삼포 마을 입구에서 보면 아직도 어촌의 풍경이지만, 지금은 수많은 횟집과 가게가 즐비하여 예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삼포와 미사리는 강은철을 기억하게 하는 모티브다. 그는 데뷔 시절부터 창법이 매우 서정적이고 감미로워서 당시 유행하던 외국의 서정적인 포크 락을 잘 소화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먼 나라의 친구가 하얀 눈사람의 형상으로 곁에 와 있는 듯한 환상에 빠지게 된다. 텔레비전 같은 대중 매체보다는 공연 중심의 활동을 주로 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보다는 은근한 군불 같은 인기를 꾸준히 받는 가수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는 세월 속 깊이만큼, 희미해져 가는 옛 추억을 기억나게 한다.

미사리1.jpg 미사리는 ‘이종환의 쉘브르’ ‘송창식의 록시’ ‘하남석의 코박코’ ‘박상민의 라이브박스’ ‘이치현의 싼타나’등 7080 세대의 라이브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삼포’와 ‘미사리’는 우리 교포들에게는 마음에 고향 같은 느낌이 든다. 지금은 옛 모습을 찾기 어려운 삼포와 미사리지만, 한가위 같은 명절에는 한 번쯤 가고픈 그리운 곳이다. 삼포와 미사리의 가수, 강은철이 토론토에 찾아왔던 것이 벌써 6년 전이다. 미사리에서 들었던 <삼포로 가는 길>을 노스욕 광장에서 들으면서 많은 감회가 있었다.


강은철 토론토 공연2.jpg

바람 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 보면/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아~아 뜬구름 하나/ 삼포로 가거든/ 정든 임 소식 좀 전해주렴/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사랑도 이젠 소용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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