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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순 Nov 30. 2020

2020 땡스기빙을 지나며

미 추수 감사절 하루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보냈다. 물론 나의 식탁에 칠면조 요리는 없었다. 그날 나의 페북에 스타벅스에서 산 차이 라떼와 크로와상 사진을 찍어 올렸다. 80대 미국인 할아버지 한 분만 ‘깜짝 놀람’ 표시를 눌러 주었고,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요’를 눌렀다. 내 식대로 땡스기빙도 나쁘지 않다. 꼭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보내야만 정답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땡스기빙은 한국의 추석과도 같기에, 어쩌면 이 날 나는 가장 내가 미국인 답지 않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 뭔가 ‘가정다운 가정’을 만들어 전통 요리인 칠면조도 턱 하니 오븐에 구워내고, 또 포테이토, 빈, 등등의 음식들 (사실 만들어 본 적도 없다)을 잘 만들어서 식탁에 착착 올려놓고, 가족들도 초대하고, 또 주변의 외로운 사람을 초대해야 하는데, 현실은 내가 그 외로운 사람이다. 하하하. 하지만 또 고백하자면 나는 나 스스로 그 외로움을 선택하여 이민을 온 것 아닌가. 그리고 또 더 고백하자면, 나는 그 외로움을 즐기기도 한다. 조금의 외로움과 적적함이 없으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었든) 글을 쓰지 않으면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와서 나 다운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자꾸 잃게 된다. 

그리하여, 땡스 기빙 아침에는 조금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빼고 이 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자기네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웅성웅성하는 소리를 내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코로나가 심각한데, 미국 공항에는 그렇게도 사람들이 북적인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도 다음 뉴스를 보니 김포 공항에도 한국인들도 이제 사람들이 여행을 위해 북적인다고 한다. 아, 나도 떠나고 싶었다. 훌쩍. 후루룩. 하와이나 괌 같은 곳에 가서 돈을 펑펑 쓰면서 리조트에서 푹 좀 쉬고 싶었다. 마사지도 받고 와인도 홀짝이면서 말이다. 지금은 꿈이다. 그럴 돈과 여유는 없지만 꿈은 꿔 본다. 이 코로나가 끝나면. 식구들이 모이면. 그래도 알뜰살뜰 돈을 모으면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신 나의 최근 휴식같은 며칠은 양질의 책과 양질의 팟캐스트와 영화와 요가로 채웠다. 


#넷플렉스 영화 "힐 빌리의 노래 HillBilly Elegy"

넷플렉스에서 하길래 우연히 틀었는데, 이상하게도 보는 내내 철철 눈물이 났다. 한 인간이 성장하는데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랑과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할까. 한 인간이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자신에게 온 일생 일대의 기회를  버려가면서까지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은 또 얼마나 반짝였던가. 이 영화의 원작은 J.D Vance라는 실존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이다. 찾아보니 그는 1984년생이다. 그러니 현재 미국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그 책이 또 영화화가 되어 내 눈앞에 그려졌다. 미국의 시골 중에서도 깡 시골로 보이는 곳. 그 곳에서 한 여성은 안타깝게도 마약 중독자가 되고 만다. 실제로 미국에서 약물 중독은 너무도 끔찍하고 무섭다. 한 인간의 삶이 망가지는 것도 순식간이요, 그 망가진 인생 주변에서 멤도는 또 다른 인생들도 무척이나 안타깝다. 구렁텅이에 빠질뻔한 주인공의 청춘을 구해 준 또 다른 사람은 바로 주인공의 할머니다. 할머니는 자신 또한 넉넉치 못한 환경에 살면서도 손자를 나쁜 친구들이 주는 영향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조금 더 공부를 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말한다. ‘너는  인생의 아무것도 모른다. 니가 진짜 열심히 노력해도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한 게 기회다.’ 너무도 진심으로 말하는 이 할머니의 말이 가슴에 탁 꽂혔다. 그렇지. 인생은 절대로 만만하지 않지. 그리고 인생이라는 그 길 위에서 미끄러져버린 딸과 그 딸의 영향 아래에 있는 손자를 ‘구출’해 준 사람. 할머니는 담배를 피우며, 손자가 수학 시험을 전교 일등으로 받아왔고, 그 성적표를 받아 들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특히나 이 영화에서 할머니와 어머니 두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할머니 역을 맡은 배우의 또 다른 영화 '아내 The Wife'도 매우 잘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실존 인물인 원작자의 사진과 가족 사진이 나온다. 따지고 보면 이 이야기가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진심이 담겨 있어서 참 좋은 영화다.


# 책 "그냥, 사람"

이 책 역시도 읽으면서 또 눈물이 주루룩 주루룩 흘렀다. 생각해 보니 최근에는 좀 이런 종류의 눈물이 많아졌다. 코로나 블루인가. 하는 생각도 살짝은 든다. 거의 고립되어 있다 싶이 살고, 직접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지도 삼 주는 넘었다. 다행히 온라인으로 만나고, 통화를 하고 얼굴을 본다. 하지만 둘에는 차이가 있겠지. 그래도 나는 내 정도면 제법 건강하지 않나 싶긴 하다. 그리고 이런 다른 사람의 글, 그들의 진심이 담긴 글을 영화화한 작품을 보면서 흘리는 눈물은 감동이고, 정화 작용 아닐까. 공감하면서 흘리는 눈물. 그리고 슬퍼서 흘리는 눈물.  

이 책은 팟캐스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하는 것을 들었고, 또한 쉽게 읽히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기에, 한번에 후루룩 읽을 수 없다. 그래서 지금도 절반도 다 못 읽었다. 다만 읽으면서 반성하는 기분이 들고, 정말로 인생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쉽게 얻어지는 자유가 또 다른 이에게는 온 생을 걸어 싸워야 얻을 수 있는 무엇이다. 사실 지난 7년간 나는 나 혼자의 싸움을 하느라 거기에 고군분투, 모든 힘을 쏟았다. 뭣모르고 이민을 왔고, 제대로 정착하고 싶은 마음으로 오직 그것에만 몰두하여 살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간동안 한국에서는 어떤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쩌면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도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여기서 읽게 되는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너무 내 삶에만 빠져있지 말자.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사회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여기에 실린 사진과 글을 함부로 도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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