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매거진_#5] 일상생활: 강제로그아웃되었습니다.

#자발적백수라이프

by 달숲

요며칠 화끈하게 아팠습니다. 침대에 너무 누워있어 귓바퀴가 아플정도로- 열이 나는데 몸은 왜 추운건지, 상처입은 짐승마냥 낑낑거리며 밤낮을 지새웠습니다. 올해는 재빠르게 독감주사도 맞았는데 도대체 왜 뜬금포로 아픈건지. 게으름에 운동을 나가지 않아서 부지런의 신이 노하신겁니까? 백수에게 몸살이라뇨. 뭐, 사실 근래들어 심란해서 통 집중을 못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잘됐지싶었다. 덕분에 모든것이 All stop. 가끔은 이런 강제 셧다운이 도움이 될때도 있는법. 예정된 약속은 모두 불참하게되었고, 며칠간 와식생활을 하며 별의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아프면 서럽죠. 당신이 젊건 나이가 들었건 아프면 서럽습니다.
그런데 백수는 아프면 눈치가 보입니다. 서러운 티를 맘껏 내지 못합니다. 왜냐? 백수이기때문이죠.


맞습니다. 아무도 뭐라하지 않지만 프로백수는 지 스스로 눈치를 봅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지혼자 혼구녕을 내고 답을 내리는 재주가 있죠. 그게 바로 백수9단입니다.


어두운 방안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채널소리를 들으며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데 눈치없는 생각은 자꾸 질문을 던집니다.


- 나는 어쩌려고 이렇게 숨을 쉬고 있는건가?

- 우린 어쩌다 태어나게 된걸까?

- 사는건 왜이리 쉽지 않은가?

- 왜이렇게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힘든걸까?

-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건 무엇인가?

- 내가 백수로 자꾸 돌아오는 것은 나의 나약함때문인가? 아니면 아직 소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가?

- 다음에 하는 일은 힘들더라도 버티는 지혜를 배워야하는가 아니면 나다움을 끝까지 추구해야하는가?

- 나다움이란 도대체 무엇이란말인가?

- 나는 어쩌자고 이런 생각들을 매일 주구장창하는가?

- 내가 다른 사람과 구분될 수 있는 특징은 무엇인가?

- 행복은 순간인가 아니면 기간인가?

- 행복이 순간이 아니라면, 물리적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고통없는 행복은 가능한가?

- 왜 사는가?

- 나는 왜 고통스러운가?

- 지금 아픈것은 나의 좋지 않은 행동들이 불러온 결과인것인가?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인가?


이런 질문들이 끝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아픈와중에 머리가 더 지끈지끈. 나 정말 구제불능 진지충인가바. 끝에가서는 이거 혹시 신병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나의 생각이란 너어어어무도 잡스럽구나싶었음.


사실 1년에 한 번씩은 꼭 이렇게 아픈것 같다. 태어났을때부터 그런건 아니었는데 뭐 어렸을때도 그닥 건강한 편은 아니었다. 대학교 다닐때도 장염을 달고살았고, 외국에 나갈때도 잊을만하면 아팠던것 같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도 한 번 정말 크게 아픈적이 있다.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정도로 아팠었는데, 그 머나먼 타지에서 이름도 낯선 병 이름을 들었을때 정말 절망스러웠다. 이러다 낫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에 회복도 지지부진했던것 같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차차 회복되었고 지금은 매우 건강하다 싶었는데 또 이렇게 감기몸살. 끄응...비타민 잘 챙겨먹으라던 엄마의 잔소리를 잘 들을걸싶었네. 역시 어무이 말을 들어야합니다 여러분..!


Source: unsplash


8월에 퇴사를 하고 손가락을 접어가며 계산을 해보니 벌써 백수생활도 5개월차. 그런데 아직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들 열심히 치열하게 살고있는 모습을 보며 조바심이 나는건 사실이지만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하고 싶지 않다. 이럴때보면 난 정말 철이들지 않았나보다. 다시 왜 일해야하는지도 모르는채로 위선적인 사람의 배를 불려주기 위해 그 정치적인 곳으로 뛰어들어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뚜드리고싶지가 않다. 누군가는 나보고 배때지가 불렀다며, 사람들 다 그러면서 살아-라고 말할것이다. 그럴때면 난 그저 입을 다물고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아직 그러고 살 준비가 안되었나봐요.


다들 그러고사는데 왜 나는 그러고 살지 않는걸까. 서로 일을 떠미는 이기심에 어깨가 움추러들어 어깨가 딱딱하게 굳어졌던 날들. 위선과 무능이 가득했던 공간들. 힘겨움과 공허함을 퇴근길 술잔으로 꾸역꾸역 채워야했던 나날들을. 아직 다시 마주하고싶지가 않다. 물론 나쁘기만한건 아니었다. 소소하게 좋은 동료들과 함께 웃었던 시간들은 아직도 그리운 추억들이다. 그럼에도 고질적인 문제들은 바뀌지 않았다. 내가 나가든지, 나의 신념과 생각을 바꾸든지 확실한 노선을 정해야했다.


다 잘먹고 잘살자고 사는 세상인데 왜이리 밀치고 속이고 때리고 패대기를 쳐야하는지 잘 모르겠는 나는 정글의 진리를 깨닫기 전까지는 아마 자발적백수의 삶을 지속할 것이다. 어쩌면 나는 무한경쟁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21세기 사회에 그 근간인 자본주의 룰이 싫다니요. 가족이라는 따뜻한 둥지가 없었다면 아마 벌써 잡아먹혀버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곤한다. 그래서 아직은 가족이라는 지붕 아래에 대피해있는 상태입니다. 다 큰 청년이 이러고 있는게 사실 보기 좋은 일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경제적, 정신적 독립을 해야 하는 나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위해 제가 살아가는 나날동안 열정을 다할 수 있는 것을 찾기위해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로 이미 엄친딸은 물건너간 것 같습니다. 그냥 저는 저답게 살아볼까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인생에서 실천해나가고 싶습니다.
난 안될거야라고 말하기보다는 시도해보고, 실험해보고 조금씩 수정해나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누구의 눈먼 탐욕에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사람이 되기위해 살고 싶습니다.


길 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좋은 인연이 된다면 아마 회사에 들어가는 일도 있겠지요. 하지만 회사를 들어가기위해 전전긍긍하며 그곳에 저를 억지로 끼워맞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하는만큼 존중받고, 소진한만큼 충전하며 살고싶습니다. 억지로하는 일이 아닌 동기부여하며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고싶습니다. 꿈같은 이야기처럼 들릴지모르겠지만, 지금의 우리는 100년전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이 현실이 된 세상에 살고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꿈같은 이야기를 하며 하나씩 배워가며 살고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엇이 되어있을까요?

따뜻한 에너지를 전파하며, 다른 사람들의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파도 비빌곳 없는 백수가 찌인-하게 아픈 후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쓸 수 있게되었습니다.

꼭 나쁜게 나쁜것만은 아닌가봅니다.ㅎㅎ


La Vita E B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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