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사랑하고 독서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사실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있는 시간이 더 많고, 책보다는 영양가 없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보내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조금씩 꾸준하게 멍청해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생각은 그동안의 관성을 묵묵히 따를 뿐이다.
저 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 걸까? 길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은 또 어디에서 온 것이며, 나의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 뭉치가 하루를 빼곡히 채운다.
아침에 눈을 뜨며 드는 생각이라고는, '이놈의 하루가 또 시작되었구나.'와 같은 건조한 생각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때가 언제인가 싶다. 살랑거리는 마음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 버린 과거의 흔적일 뿐. '어릴 적엔 너 참 밝았잖아.'라는 지인의 말에 희미한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어찌 되었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있고 삶을 일구어내며 각자의 처지에서 풍화되고 침식되는 것이 삶일 것이다. 인생은 일방통행이니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부정적인 감정을 혐오하기보다는 그것도 나구나-하고 유연하게 넘어가면 될 일이다.
그렇게 다소 가벼워진 마음을 갖고 살아가다 보면 생각의 길이 새로운 경로를 찾아낼 것이고, 몸과 마음도 지금보다는 가벼워질 것이다.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에 부디 충실하도록 하자.
바람이 불어오니
흔들리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불어오는 바람을 자연스럽게 통과하며 변화하는 다양한 삶의 낯빛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