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결혼하나 싶었는데 난데없이 들이닥친 이별.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샤워를 하며 우는 경우가 잦았고, 허탈한 마음을 달래려 먹는 간식과 야식이 어느새 습관처럼 쌓여갔다.
안 그래도 내장지방이 많은 편이어서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의사에게 복부 지방을 빼라는 잔소리를 듣는 편인데, 방심한 틈을 타 배가 더 빵빵해졌다. 물론 평소에 박시한 티셔츠를 입고 다녀서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지는 못했을 거다. (과연?)
좌우지간 그렇게 먹고 자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던져진 무심한 듯 날카로운 엄마의 한마디.
"근데 너 살이 좀 붙은 것 같다?"
매일 보는 엄마가 살쪘다 하면 이건 큰일 난 거다. 다다다 거울로 달려가 위아래로 훑어보니 확실히 찌긴 쪘다. 눈바디 체크를 했으니 체중계로 확인해 볼 차례다. 아... 역시 쪘다! 더 이상 나를 방치하면 안 되겠다 싶어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운동에 재미 붙인 적이 손에 꼽는터라 뭘 해야 하나 싶었다.
헬스는 지루하고 PT는 비싸고, 요가는 괴롭고 필라테스는 흥미가 가지 않고. 까탈스럽기도 해라. 역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려나? 입술을 삐쭉 내민 채로 인터넷을 뒤적이던 중 킥복싱과 주짓수를 함께 가르치는 체육관이 눈에 들어왔다.
'아, 여기 집에서 엄청 가까운데.'
격투기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라고 생각해 늘 무심히 지나쳤던 곳이었다. 몇 년을 아예 존재하지 않는 장소처럼 여겼던 곳이 이렇게 문득 마음에 스며들 줄이야. 역시 모든 일에는 각자의 때가 있는 법이다.
생각해 보면, 절도 있게 움직이는 동작이나 샌드백을 거침없이 타격하는 모습에 어렴풋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 도복도 괜히 멋져 보이고 말이다.
하지만 격투기가 30대 내향인 여성에게 적합한 운동인가? 선뜻 Yes라고 말하기엔 역시 무리가 있다.
뭐랄까,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무시무시한 남자들이 가득할 것 같다는 내적 두려움, 그리고 저질 체력인 내가 괜히 끼어들었다가 민폐만 되는 건 아닐까 싶어 지레 선을 긋게 된다.
그런 내가 갑자기 격투기를 배우겠다고 다짐하게 된 건,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내면의 깊은 울림이 번개처럼 나를 강하게 내리찍었기 때문이다.
같은 행동을 계속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이 말했듯,
다른 결과를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꽉 막힌 삶의 흐름을 바꿔보기 위해
낯선 격투기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