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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두치 Oct 31. 2021

게릴라 예술에 도전하다!

#17. 모방,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여정

옛날 옛적에 아리스토텔레스 아저씨는 말했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아리스토텔리스가 전하고자 하는 모방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방을 통해서 재현하려는 본성이 있으며, 이런 재현을 통해 배움, 즉 지식을 습득한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배움 속에 무언가 즐거움이 없으면 배우지 않는 습성이 있다. 때문에 예술의 기원이 모방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잘 이해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움이 있어야 배움이 있고 그 배움은 모방에서부터 일어난다는 말 같았다. 재밌게도 '좋아하는 것을 찾는 방법'에 대한 자료 조사를 하며 가장 많이 봤던 키워드 또한 '모방'이었다.


"어떤 일을 좋아하려고 애쓰는 일의 시작은 흉내 내는 것이라고도 말하잖아요."

"맞아요. 저도 후배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좋아하는 걸 똑같이 해보는 것. 왜 입시 공부하는 학생들이 석고를 앞에 두고 연필로 따라 그리잖아요? 왜 지루하게 그걸 보고 똑같이 그리는 일을 할까?

그 의미가 곧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부일 수 있는데, 대상을 정확하게 보고 그걸 똑같이 복제하는 작업이 실제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복제한다는 것은 보는 능력에 대한 끝이기도 하거든요. 복제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보는 것을 어떤 사람은 보지 못하죠. 맛을 구분하는 능력이든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이든 복제를 하는 과정에서 알아챌 수 있죠"

-JOBS EDITOR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매거진 B
모방하다 보면 그 안에 조금이라도 내 것이 있어요. 그렇게 누군가를 따라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약간) 그 사람만의 것이 발견되거든요.
'오늘부터 000 되게 좋아해야지.'가 아니고 좋아하면 똑같이 따라 하려는 '애정'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표절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어떤 것'을 찾고 싶을 때 좋아하는 대상, 멋져 보이는 대상을 똑같이 따라 해 보는 것. 그 과정에서 '이 작가가 왜 이렇게 했을까? 이 감독은 왜 이런 생각을 하며 했을까?' 계속 나에게 묻고 탐구하며 그렇게 나만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 B캐스트/조수용 대표 by brunch 매거진 마케터의 기록


이쯤 되면 모방을 통해 뭔가 배워라는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모방이 나와 대상의 차이를 갈라 나만의 것을 찾을 수 있는 무기가 된다면 나도 한번 따라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릴라 아트의 도전!


이미지 출처: night.owlclub 인스타그램


나는 광고에서부터 시작해 거리 예술까지 내 관심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내가 관심 있어하는 활동들을 통칭하는 개념은 '게릴라 아트'에 가까운 것 같다. 자본과 사회 규범에서 벗어나 거리를 무대로 사회적 메시지를 알리는 행위 예술들을 모두 게릴라 아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던 중 night.owlclub이 기후위기와 그린워싱 등을 주제로 이미지와 메시지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며 나도 그들의 활동을 '모방'해 봐야겠다 생각해봤다. 게릴라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했고, 나는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디자인을 배웠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게릴라 예술 활동을 위한 도구들을 제작해 봤다.



메시지를 이미지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핵심이다. 일주일 동안 마음에 닿는 사회적 메시지를 검색하고 아카이브 해 현재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문구 3가지를 정했다.


기후 위기

Climate Catastrophe

No hate Just love


재난과 혐오의 시대에 맞서, 메시지들아 세상으로 번져랏!




타이포그래피와 여러 이미지들로 기후위기, 기후재난을 표현해 봤다.




If you do not have permission? YES it's illegal.


구글에 게릴라 예술 행위 중 하나라도 검색하면 나오는 질문과 답변이다. 게릴라 예술 행위는 허가가 없으면 불법이다. 주로 내가 관심 있어하는 활동은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행위가 많았다. 사유재가 넘쳐나는 도시에서 모든 벽과 땅, 건물은 소유주가 있었고 그렇게 게릴라 예술 활동의 무대는 사라지는 것인가 했다.


나는 로케를 나섰다. 대체로 전봇대나 버려진 벽, 이미 여러 '불법' 광고들로 도배된 장소들은 무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게릴라 아트 행위를 하는 동안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티셔츠를 제작하고, 타이포그래피 스티커를 제작해 도심 곳곳에 붙여 보았다.





직접 스티커를 붙이러 다니니 준비의 미흡함이 나타났다.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스티커의 크기의 오류다. 장소에 따라 스티커가 너무 작게 느껴지는 곳이 많았다. 내 스티커는 자세히 보아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유엔난민기구와 제일기획이 기획 전시 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러자 유엔난민기구와 제일기획이 기획 전시를 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이 생각났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작품을 작게 만들어 도시 곳곳에 전시하고 이를 기록한다.  



예술 모방의 과정에서 ‘ 작가는  이렇게 작품을 작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결국 던지게 됐다.  또한 메시지의 의미에 걸맞게 크기와 스티커의 형식을 조금  고민했어야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스티커가 아닌 다른 형식에의 고민도 필요하다. 그러기엔 너무 레퍼런스도 정보도 공부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편 활동을 하다 보니 스티커를 붙이면 너무나도 멋질 것 같은 장소. 메시지 전달에 있어 그 배경 또는 주인공이 될 무대들에 스티커를 붙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스티커를 붙였다가 사진을 찍어 기록을 하고, 스티커를 뗐다. 그렇게 남겨진 기록들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채널에 아카이브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활동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작은 스티커가 전하지 못한 임팩트를 가상 이미지에라도 담을 수 있도록 다시 만들어 보았다. 이렇게 타이포그래피도 아닌 사진도 아닌 무엇인가를 만들고 나니, 표현의 놀이는 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픽 디자이너는 조합가이자 이미지 탐색가다
- 그래픽 아티스트 채병록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며 기억에 남는 말이다. 나는 그래픽 디자인과 사회적 메시지 사이의 이미지, 형태, 또는 행위  무언가를 만들었던  아닌가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계속해서 계발하고 해나가고 싶다.



게릴라 예술 활동을 하는 즐거움은 모든 공간을 예술의 무대로 보며 활동을 확장시켜나갈  있다는 점에 있었다. 오르고 내리는 목적만 있던 계단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있는 무대가 되는 . 예술이 공간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있다는 사실이 주는 기분 좋은 상상 같은 것들이 이어지는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디자이너와 예술가를 모방하며 나의 것을 찾아가 보고 싶다. 그렇게 예술 놀이를 하나의 취미이자 사회 변화를 위한 활동의 무기로 계속 가져갈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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