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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토 Jan 16. 2017

싸움의 기술

소시민적 아프리카 ep.12

 인생도 여행도 항상 자잘한 실수가 함께한다.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를 했다고 생각해도 실수 한 두 개쯤은 하기 마련. 문제는 그 실수를 깨달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있다.

 라고 늘 생각했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내 실수와 맞닥뜨렸을 때는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실수는 찰리의 주머니 속으로




 우리가 실수를 깨달은 건 사파리 2일째의 밤이었다. 사파리 일정이 2박 3일이었으니 마지막 밤이 되어서야 깨달았다는 의미였다.

 찰리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제 사파리 투어가 마무리되었네. 즐거웠어?'라고 물었을 때 도대체 이 친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라니...?

 다급하게 가방 속의 일정표를 꺼내보았다. 없었다. 3일째의 일정이. 다시 아루샤로 돌아가는 게 일정의 전부였다. 그러니까 일정표 상으로는 사파리 투어가 끝난 거였다. 뭐라 따질 말도 없었다. 일정표에 떠억하니 나와있었으므로.

 황당해서 말이 나오질 았았다. 이렇게 명확한 걸 왜 못 봤을까.


 변명 하나 : 고작 돌아가는 일정 하나에 이렇게 큰 칸을 할애하다니, 헷갈릴만하잖아!

 변명 두울 : 결혼식 준비 때문에 너무 바빴다고!


 그러나 변명이 무슨 소용이랴. 이미 벌어진 일.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는 나를 대신해 김남편이 결단을 내렸다. 돈 더 낼 테니, 돌아가기 전에 사파리 투어 한 번 더 하고 갑시다.



 찰리가 마지막 사파리 투어지로 추천한 곳은 타란기레 국립공원이었다. 적당한 거리라 갈만한 사파리 투어 장소라고 했다. 타란기레 국립공원은 마침 들어본 적 있는 곳이었으므로 당장 승낙했다. 사실 이 마당에 더 따질 것이 없기도 했다. 찰리는 계산기를 뚝딱뚝딱 두들기더니 우리 앞으로 내밀었다. 점심이랑, 유류비, 입장료 등등이 포함된 가격이란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알겠고, 근처 ATM으로 데려다줘.

 찰리는 연신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태우고 신나게 ATM으로 달려갔다. 아마 지금 우리가 내는 돈 중에 점심 식사비 정도를 제외하고는 죄다 찰리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었다. 돈을 벌 절호의 찬스였다. 그가 그의 보스에게 보고할 이유가 없었다.



 속이 쓰렸지만, 또 막상 타란기레 국립공원에 도착하니 좋았다.

 돈. 그래, 뭐 돈은 한국 가서 벌면 되지.

 기묘한 용기가 솟았다. 700원짜리 삼각김밥과 800원짜리 삼각김밥 사이에서 죽느냐 사느냐의 햄릿급 고민을 하던 한국에서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어디에나 있는 생, 어디에나 있는 사





 늘 하던 대로 찰리는 입장하기 위한 수속을 하러 갔고, 우리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만야라도 응고롱고로도 좋았지만, 타란기레가 좀 더 내가 생각한 아프리카의 이미지와 비슷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시야를 가릴 것이 없었다. 광활한 대지였다. 언젠가 지나간 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 찰리도 신나게 액셀을 밟았다.



 자기보다 더 큰 무언가를 싫어한다는 코끼리가 나무에 구멍을 내어 놓았다. 씩씩대며 나무에 몸통을 부딪혔을 코끼리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엔진 소리가 귀찮은 듯 휘적휘적 자리를 피하는 초식 동물들의 뒤꽁무니를 눈으로 좇았다.

 역시, 그래도, 오길 잘했다.



 가끔 지나가는 차와 만나면 간단한 이야기와 함께 오늘의 동물 정보를 주고받기도 했다.



 괜찮은 정보를 입수한 건지, 찰리가 빙 둘러 어디론가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코끼리 가족이 뚜벅뚜벅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얼핏 보아도 가족이었다. 엄마 코끼리, 아빠 코끼리, 형 코끼리, 동생 코끼리.

 시동을 끄고 서있으니 계속 코끼리들이 지나갔다. 지금 코끼리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마셔둔다고 했다. 건기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아마 이 코끼리 가족도 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것일 테다. 어떻게 알고 찾는 것인지 가능하다면 물어보고 싶었다. 모든 생명체에게 내재된 본능이라는 시스템은 생(生)을 유지시키는 쪽으로 그들을 이끈다. 새삼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니 본능인 생을 스스로 거부하는 선택을 하는 존재, 이를테면 인간이라는 개체는 얼마나 대단하면서도 슬픈가.



 찰리의 무전기가 갑자기 바삐 울리기 시작했다. 다급하게 몇 마디를 나눈 찰리는 설명할 새도 없이 재빨리 차를 움직였다. 애초에 길이랄 것도 없는 곳이긴 했지만 더더욱 길을 무시한 채 빠르게 달렸다. 영문도 모른 채 차에 실려가던 우리는 속도를 늦춘 차 바로 옆을 스치는 암사자를 발견하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였다.

 자세히 보니 한 마리가 아니었다. 앗 하는 새 다른 한 마리가 또 스쳐 지나갔다. 두 번째로 나타난 암사자는 한 바퀴를 선회하더니 다시 서서히 방향을 돌려 첫 번째 사자 쪽으로 다가왔다. 자세히 보니 그 가운데에 흑멧돼지 한 마리가 있었다. 사냥이었다.

 어느 정도 흑멧돼지와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싶을 때 두 마리의 사자가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그들의 존재를 알아챈 흑멧돼지는 황급히 도망쳐 보았지만, 반대편에서 쇄도하는 다른 암컷 사자를 피할 방도가 없었다.



 TV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 앞에서 방금 일어났다. 얼떨떨하여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무섭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것이 야생이었다.

 그래도 사자들은 자비로웠다. 사냥감의 숨통을 일격에 끊어놓았으니까. 적어도 타인이나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보고 즐거워하는 잔인함은 그들에게 없었다.

 그렇게 삶이 있었고, 또 죽음이 있었다.



 내가 사냥을 한 것도 아닌데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찰리가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보나 마나 부실할 것이 뻔한 런치박스였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나았다.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피크닉 장소에서 보이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멀리서 물을 마시는 코끼리 가족이 콩알만 하게 보였다. 혹시 아까 그 코끼리 가족이려나.



 부실한 점심식사에 초대되지 않은 손님이 한 분 나타났다. 우리와 눈치게임을 하던 녀석은 잠깐의 틈을 타 포장을 뜯지도 않은 초코바 하나를 손에 움켜쥐었다. 악 하는 소리를 들은 관리인이 작은 돌을 하나 던지자 녀석은 손에 든 초코바를 후다닥 놓고 달아났다. 맛있는 건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녀석 덕분에 안 그래도 부실한 식사를 더더욱 빨리 끝낼 수밖에 없었다.

 녀석은 방금 돌을 맞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배회하더니, 다음에 도착한 관광객의 런치박스에 대담히 손을 집어넣기까지 했다. 녀석 참.



 점심식사를 끝내고 보기 싫은 현실과 마주하기 위해 아루샤로 돌아가야 했다. 아직 매듭짓지 못한 여행사 사장과의 결판이 그것이었다. 아루샤까지는 꽤나 길이 머니 일찌감치 출발하기로 했다. 기린 한 마리가 작별인사를 해 주었다.



 그렇게 작별을 고하던 우리 눈에 엄청나게 큰 코끼리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지금껏 본 코끼리들은 모두 몇 마리씩 함께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 녀석만은 혼자였다. 의아해하는 우리 모습을 본 찰리가 시동을 끄더니 짧게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 저렇게 크기가 큰 코끼리는 나이가 아주 많은 코끼리야. 기본적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코끼리지만, 나이가 들면 스스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그리고 그렇게 조용히 생을 마감하는 거지.


 찰리의 설명에 우리는 말을 잃었다. 저렇게 거대하고 강한데도, 왜소하고 쓸쓸해 보였다.

 평생을 함께한 가족에게서 떨어져 나올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정처 없는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코끼리는 상당히 지능이 높은 동물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니 분명 외로움과 같은 감정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홀로 견딜 고독과, 마침내 맞이할 외로운 죽음에 내 마음이 함께 울렁였다.


 그렇게 이곳에는 또 죽음이 있었다.





빈 주머니 속 깡




 아루샤로 돌아오는 길 내내 잠이 들었다 깼다를 반복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출발할 때 장을 봤던 큰 마트 근처였다. 사무실이 바로 옆 건물이라고 했다. 찰리를 따라 건물 이층으로 올라가니 덩치 큰 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은 반갑게 인사하는가 싶더니 날강도나 다름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찰리가 챙겨 온 영수증들을 들이밀며 내가 내 돈으로 너희 투어 비용을 모두 지불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우리는 이미 대행사에 전액을 지불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챙겨 온 외국환 송금 영수증을 들이밀었다. 우린 이미 다 지불했고, 더 이상은 없다고.

 사장은 급기야 찰리를 볼모로 협박을 시작했다.


 - 내가 그래서 돌아오라고 했는데, 찰리가 내 말을 안들은거지? 그러니 결국 찰리가 돈을 내면 되는 거겠지?


 당연히 찰리에게 그만한 돈이 있을 턱이 없었다. 찰리가 문께에 서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우리, 이 사무실에 갇힌 형국이었다. 앞에는 사장이, 등 뒤에는 찰리가.


 입씨름을 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휴대폰을 들어 즉시 영사 콜센터로 연락을 취했다. 전화는 콜센터에서 탄자니아 영사관을 거쳐 아루샤 인근의 영사 협력관까지 연결되었다. 금방 갈 테니 위치를 알려달라는 말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여기 주소를 사장이 알려줄 리 만무했다. 그 순간 번뜩 머리를 스친 것이 방금 지나온 큰 마트였다. 출발 전에 찍은 마트 사진을 카메라에서 용케 찾아 마트 이름을 더듬더듬 읽었더니 어디인지 알 것 같다고 하셨다. 바로 출발할 테니 30분 정도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전화는 끊겼다. 마음을 다잡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세상에서 가장 긴 30분이 될 터였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 내 덩치의 딱 두배였다.

 큰 덩치에 위압적인 표정을 한 사장 앞에서 끝까지 목소리를 높이며 싸운 건 나였다. 영어가 방언 터지듯 터져 나왔다. 이쯤 되니 용기인지 만용인지 헷갈렸다. 한두 푼도 아닌 400달러였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용기가 솟은 건지도 몰랐다. 빈 주머니는 깡을 불렀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길 30여분. 지옥 같은 교통체증을 뚫고 영사 협력관님이 도착하셨다. 탄자니아에 거주한 지 19년 차가 되었다는 협력관님은 사장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중년을 지나가고 있는 자그마한 키의 협력관님은 눈을 빛내며 대강의 이야기를 듣더니 당장 관광청으로 가서 신고하고 경찰서로 가자고 일어나셨다. 당차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관광청으로 따라오라며 먼저 문을 박차고 일어난 협력관님에게선 정말 후광이 비치는 듯했다.


 어리바리한 통에 랜드 크루져에 놓고 내렸던 우리 짐부터 일단 협력관님의 차로 옮겼다. 협력관님의 차에 오르자 참았던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라고 무섭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도착한 곳은 아루샤에 도착했던 날 커피를 샀던 Africafe였다. 카페 바로 옆이 관광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관광청은 이미 업무시간 종료로 문을 닫았고, 경찰서로 곧장 향해야 했다.

 한국에서도 좀체 인연이 없던 경찰서인데, 이 먼 곳에서 경찰서를 가게 될 줄이야. 인생 한 치 앞도 모른다지만, 그동안 이렇게까지 모르진 않았다.





This is Africa




 경찰서는 어째 민원실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길쭉한 스탠딩 책상이 하나 있고 그 뒤에 경찰관이 몇 명 서있었다. 경찰관 뒤로는 큰 철문이 몇 개 보였다. 협력관님께서 이곳에선 휴대폰은 꺼내지도 말고, 시선도 마주치지 말라고 당부에 당부를 하셨다.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 같아 쪼그라든 마음으로 서 있는데 쾅, 짝, 하는 소리가 철문 뒤에서 연속적으로 들렸다. 협력관님이 작게 사람을 때리는 소리라고 귀엣말로 일러주셨다. 등줄기로 소름이 끼쳤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스와힐리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눈치라도 채 보려고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는가 싶던 경찰관이 대행사의 그레이스에게 전화를 걸어 몇 마디를 나누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여행사 사장이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걸로 봐선 우리에게 나쁜 결론은 아닌 것 같았다.

 나중에 들으니 그레이스와 여행사 사장의 말이 모두 엇갈렸다고 한다. 그레이스는 이미 여행사로 송금했다고 하고, 여행사 사장은 돈을 못 받았다고 하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아니면 둘 다 하는 걸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우리에게 돈을 더 뜯어보려다가 이 꼴이 난 걸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경찰은 대행사로부터 송금도 받지 않고 움직인 여행사의 잘못이라며 껄껄 웃어넘겼다고 한다. 별것 아닌 한마디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는 즉결심판에 가까웠다. 그렇게나 바득바득 우기던 사장이 더는 아무 말도 못 하게 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주범인지 공범인지 모를 사람들이 그렇게 흩어지고 협력관님과 동행인 한분, 그리고 우리만 남았다. 협력관님이 사건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하시며 Africafe로 가자고 하셨다. 결국 그 자리에서 커피까지 넙죽 얻어먹게 된 우리는 주위를 채운 관광객들 사이에 죄인마냥 등을 한껏 구부리고 앉았다.


 - 사실 이런 일이 관광객들 사이에선 흔한 일이에요. 근데 한국인이 당한 건 또 처음 봤네! 어쨌든 영사관으로 바로 전화한 건 정말 잘했어요.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보면 알겠지만 차가 워낙에 막혀서. 딱지도 하나 뗐지 뭐예요. 하하. 아니, 그런데 도대체 저 여행사는 어떻게 알고 예약한 거예요?

 - 아, 인터넷으로요!


 순간 너무 말간 얼굴로 대답해버렸다. 기가 찬다는 협력관님의 눈빛이 느껴졌다. 앞으로 행선지가 어찌 되냐고 묻는 말투에서 이 어리고도 어리석은 신혼부부가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이러나, 하는 걱정이 느껴졌다.


 혹시나를 대비 해서 외국환 송금 영수증과 여권 사본을 챙긴 협력관님은 마지막으로 동행인에게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라는 부탁까지 하셨다.

 감사한 마음에 두 번 세 번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이곳에서는 mama로 통한다는 분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왜 그런 별칭으로 통하는지 알 것 같았다.


 숙소에 다시 도착하니 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떠나갈 땐 이리 너덜너덜한 마음으로 도착할 줄 몰랐다. 긴장과 피로가 몰려와 헛구역질이 났다. 씻지도 않은 채 침대에 누워 아프리카에 오기도 전에 들었던 한 마디를 생각했다.


 This is Africa


 흔히 TIA로 줄여서 말하기도 하는 이 표현은 아프리카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주로 쓰인다. 용례를 살펴보면 이러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아프리카니까!'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무언가를 뱉어내고 김남편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우리는 그저 아프리카의 민낯을 아주 잠깐 본 것일 뿐이라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되뇌었다.


 우리는 이런 순간 혼자가 아니기 위해 결혼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따라 김남 편의 등이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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