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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작 Dec 01. 2023

[애 키우는 국쌤] 1. 첫 수다

아이의 성적에 부모는 잘못이 없다.



나는 말이 많다. 특히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나와 관심사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신이 나서 이야기가 그치질 않는다. 덕분에 내게 남은 몇 안 되는 절친들은...^^... 나와 대화를 나누어주어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남편도 결혼 초반에 인정했다.

“넌 정말 말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

“응!”


하하. 그런 내가 육아로 인해 여러 해 경단(경력단절)의 삶을 살다 보니, 가볍게 만나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는 사람도 별로 없다. ‘브런치’라는 매체를 만나서 반가운 건 여전히 말하고픈 것들을 맘껏 원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자, 그럼 이제 ‘애 키우는 국쌤’으로 맘껏 지껄이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볼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는 당연히 국어교육이다. 20여년 국어강사 생활을 하며 사교육 시장에서 초, 중, 고 국어와 독서와 논술을 가르치다 보니 유난히 애정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국어는 정말 공부의 기초 중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읽고 생각하고 쓰는 기초적인 국어 능력만 잘 갖추어도 전과목 수업에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엄마들(특히 초등생을 둔 엄마들)은 이 사실을 잘 알기에 독서, 논술 수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곤 한다. 사실 투자하는 게 독서논술 뿐이겠는가?


아이들 수는 줄어든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교육관련 콘텐츠가 넘쳐나는 때가 과연 있었나 싶다. 시중에 나오는 교육 관련 책들의 경우 다 찾아 읽을 수 없을 만큼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 책 내용만 보면 누구든지 우수한 학생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심지어 평소에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까지 나와 있다. (정말 작가분들을 존경한다.)


그러나 막상 주변을 돌아보면, 책 내용에 공감하고 감격하긴 하지만 이 방법들을 아이에게 적용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적용은 적용시키는 어른의 수준과 스킬(학생 다루는 기술이랄까?)의 역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뭔가 찜찜하게 아이와 밀당을 하다가 또다른 신간이 나오면 이걸 햐볼까 싶어 또 주문을 하는...뭔가 찜찜한 상황의 연속...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수록 엄마들은 점점 예민해진다. 내가 더 빨리 저렇게 했으면 우리 애가 잘 했으려나? 내가 못해줘서 그런가? 싶어지는 것이다.


20여년 나의 사교육 시장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각자 이미 타고난 걸로 살아간다. 고등학교 2,3학년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한다. “너네 반에서 국어. 1등급 하는 애들은 어디 학원 다닌다니?” 종종 들었던 피답변은 “걔는 학원 안 다닌대요.”


어머니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서 공부 잘 하기로 유명한 아이의 어머니들. 단골 멘트는 이렇다. “애가 잠을 안 자고 버티니까, 오히려 내가 자라고 한다니깐.” 농담이 아님을 안다. 정말 잘 하는 아이들은 자기 욕심에, 자기 스스로 한다. 물론 영유아 시기부터 가정 분위기가 좋아야 하는 건 필수조건이겠지만.


그래서 어설프게 중상위권에 걸쳐있는 아이들의 부모님은 매우 바쁘면서 불안하다.

“얘가 조금만 더 하면 잘할 앤데...머리는 있는데 고등학교 오더니 성적이 애매하네요..”

이런 말씀을 종종 하시며 안타까워 하신다.

이와 달리 공부를 매우 잘 하는 아이들 엄마는 그다지 바쁘지도, 예민해지지도 않는다. 아이가 하고싶은 공부가 있으면 카드만 내주면 끝이라는 분도 계셨다.


결론만 말하자면 성적은 타고난 거 절반, 노력 절반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건 노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성품을 어릴 적부터 길러주는 것 밖에는 없다. (이건 정말 중요하다) 자기가 타고난 거 이상으로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건. 오직 자기뿐이다. 그런데 자식을 낳아 최선을 다해 키운 부모가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고, 지치고 힘들어지다니...그래서는 안 된다. 아이가 감당해야할 삶의 무게를 대신 지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


못 하면 못하는 대로 받아들이는 법도 배우고, 잘 할 때 기뻐하고 감사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법도 배우는 게 공부의 길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 기회를 뺐지 말았으면 좋겠다. 즉 더 이상! 엄마아빠가 뭘 해주지 못해서 우리 애가 이거밖에 안 된다는 자책은 없기를 바란다는 말씀.


아이를 위해 분투하는 모든 엄마, 아빠들이 본인 기준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자녀의 성적이 기준에 다다르지 못해도 훌훌 털어버리고, 가족 모두가 서로 사랑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P.S. 이 이야기는...결코 우리 꼬마가 그다지 잘하는 게 없을 거 같아서 미리 밑밥을 깔아두는 것은 결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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