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자랐구나, 우리 아가

울어도 괜찮아

by 김명교

평온하기만 했던 토요일 밤. 드라마 한 편에 맥주 한 캔을 곁들여 주말이 주는 여유로움에 빠져들었다. 주말 저녁은 왜 그리 금방 지나가 버리는지. 그 끄트머리라도 붙들어볼 생각으로 졸음이 내려앉은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소파에 누워 잠들려던 찰나, 휴대전화 진동이 거실을 뒤흔들었다.



‘어린이집 내 유아 중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사례 발생’.



눈을 비비고, 또 비볐지만, 글자는 선명했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비집고 들어왔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어린이집은 폐쇄가 결정됐다. 길게는 2주 동안 폐쇄가 예상되는 상황.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남편은 넋 나간 표정으로 짐가방을 꺼내 아이 물건을 담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시부모님과 통화하고 아이를 깨워 울진으로 향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겨우 다섯 살밖에 안 됐는데, 이해할 수 있을까? 한 번도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지낸 적 없는데, 견딜 수 있을까? 헤어질 때 울고불고 따라가겠다고 하면 어쩌지. 그런 아이를 보고 눈물이 나면 어떡하지. 그래, 울지 말아야지. 내가 울면 더 힘들어할 거야. 서울에 올라왔는데, 데리러 오라고 떼쓰면 그때는 어떡하지. 이번 주는 휴가를 낼 수가 없는데…. 불안감은 이성을 압도해버렸다.



“달콩아, 어린이집에 코로나가 침입했을 수도 있대. 그래서 며칠 동안 어린이집에 갈 수 없게 됐어. 코로나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면, 그때 다시 갈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아이에게 한동안 어린이집에 등원할 수 없다는 사실과 엄마, 아빠도 회사에 나가야 하는 상황, 그래서 이번 한주는 혼자 할아버지 댁에서 지내야 한다는 현실을 알렸다. 가만히 듣기만 하던 아이는 말없이 굵은 눈물을 뚝, 흘렸다. 그게 전부였다.



점심 즈음 도착해 함께 저녁을 먹고 떠날 채비를 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놀이 중이던 아이에게 이제 가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알렸다.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안겨 우리를 배웅하러 나왔다. 눈물바람을 어떻게든 막아 보려고 아이 눈을 쳐다보지 않은 채 문을 나섰다.



“아빠, 엄마, 보고 싶을 거예요!”



등 뒤에서 전해진 목소리는 씩씩하기만 했다. 바짝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웃으면서 헤어진 후,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 괜찮은 건가, 아이의 마음을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서울로 올라와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나는 한동안 알 수 없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허우적거렸다.



아이 없이 보내는 월요일 밤. 전화로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했다.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화요일, 용기 내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휴대전화 너머로 ‘깔깔’거리며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한테 비밀이야! 쉿!” 할아버지, 할머니 입을 단속했다. 아이의 입 주변은 초콜릿 범벅이었다. 엄마가 어쩌다 한 번 허락해주는 초콜릿을 양껏 먹고 있는데, 하필 그때 전화가 온 것이다. 우리의 첫 영상통화는 유쾌했다. 아이의 첫 독립생활도 별일 없이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목요일 늦은 저녁. 울진에서 메시지가 왔다. 아이가 불안한지, 잠을 청하지 못한다고. 부랴부랴 영상 전화를 걸었다. 화면 속 아이는 조용히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떼를 부리지도,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엄마, 보고 싶어요.” 이 한 마디에 참았던 눈물샘이 터져 버렸다.



나중에야 알았다. 아이는 다섯 밤만 자면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으니까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단다. 매일 자기 전, 몇 밤이 남았는지 손가락을 꼽아가며 ‘형아니까 참을 수 있다’고 되뇌었단다. 그 속마음도 모르고, 마냥 아기 취급했다. 참 많이 자랐구나, 우리 아가.



‘아가, 너는 이렇게나 많이 자랐는데, 엄마는 아직 덜 자랐구나. 작은 파동에도 어쩔 줄 몰라 이리저리 팔딱이기 바빴지.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았던 걸까. 아니면, 울어도 떼를 써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걸 알아버렸기 때문인 걸까.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엄마를 안심시키려고 되레 넌 씩씩하게 인사를 건넸던 거구나. 아가, 슬플 땐 울어도 돼.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을 땐 보고 싶다고 말해도 괜찮아. 어른인 엄마도 슬플 땐 엉엉 운단다. 엄마도 네가 보고 싶어서 일하다가도 너에게 달려가고 싶을 때가 있어. 그건 당연한 거야.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증거니까.’



다행히 어린이집 내 밀접접촉 유아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어린이집 폐쇄도 이틀 만에 해제됐다.



*이 글은 조선뉴스프레스 온라인 매체 '마음건강 길(mindgil.com)'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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