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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만하 Jul 21. 2024

이럴수가, 여행의 욕구가 사라졌다

 올해 내내 엔저 등으로 사람들이 일본도 주말에 놀러갔다 왔거나, 휴가 또는 안식 기간동안 해외 여행을 많이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여행 다녀오시면서 간단하게 사오시는 간식들을 나눠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면서, 어디에 어떻게 다녀오셨는지 질문하는데, 스스로 영혼이 없다는 걸 느꼈다. 동시에 나에게 여름 휴가 또는 해외여행 계획을 물어보는데, 전혀 생각 없다고 답하고 있는 내가 인지 되었다. 고맙게도 같이 여행 가자는 친구가 일 년 간 여러 차례 지역을 바꿔가며 물어봐주었는데, 그 친구가 세 네 차례 해외와 제주도를 다녀오는 동안 나는 그저 가만히 일상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대학교 전공도 국제무역이었고, 그 동안 혼자서 사부작 사부작 가고 싶은 곳들을 가보려고 노력했던 편이다. 안 가본 곳을 가보고 많이 경험해보고 싶어서 여행을 좋아했었는데, 올해는 여행의 욕구가 정말로 없어진 것 같다. 질릴 만큼 여행을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세계 일주를 한 것도 아니고, 남미, 중동, 북유럽, 아프리카 등등 못 가본 대륙과 나라는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여행에 대한 흥미가 전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왜 나는 지금의 상태인 걸까? 원래 짧게 쇼핑하거나 호캉스 위주의 여행을 흥미로워 하지 않는데 길게 여행 갈 수 있게끔 휴가를 못 가서 일까? 아니다. 지금 회사에서 2주 정도 휴가 내는 것이 어려운 편은 아니다. 어떤 이유 때문일지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 현생의 내가 가지고 있는 굵직한 고민이 여행의 욕구 보다 훨씬 무게감이 있어서 여행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일의 방향, 재테크, 결혼 등과 같은 고민이 해결되고 넘어가는 느낌 보다, 고민이 심화되다 보니까 여행가고 싶다는 마음의 들기에 여백, 여유가 없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 그럼 답답할 만도 한데, 생각보다 답답하지 않다 랄까. 주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보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몽골, 시칠리아, 아이슬란드 등과 같은 나라들은 다녀오니, 어느 정도 궁금증 또는 갈증이 해소된 상태인 것 같다. 그래서 더 가보고 싶은 곳은 있지만, 못 가봐서 빨리 가야겠다 라기 보다 지금은 나는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언제 바뀔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아쉽지 않은 마음이다)

 셋, 결국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뒤에 보이는 배경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를 뿐 사람이 사는 곳이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느껴서 그런걸까 싶다. 원래 호캉스, 쇼핑에 흥미가 없는 나라서, 캐리어 보다 배낭이 훨씬 편하고, 도미토리도 가고, 뚜벅 뚜벅 걸어다니는 동선이 많은 일정으로 채웠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는걸 좀 더 보려고 하기도 했고, 동시에 걸으면서 한국에서의 나와 여행지의 이방인인 나를 돌아보면 아이러니하면서도 묘한 생각이 들었었다. 어디서든 본인이 바로 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첫 번째 이유와 맞물려서 여행은 욕구가 가신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넷 혼자보다 같이 가는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거의 여행을 늘 혼자 떠났었다. 여행지에서 스쳐가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친구들을 만나기도 는데, 최근 아이슬란드, 미국 여행을 친구와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해보니 함께 하는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스쳤다. 물론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여행의 욕구가 없어졌냐는 전혀 아니다. 그렇지만, 이전과 다르게 여행을 가기 위해 혼자 떠나는 선택지가 엄청 당기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는게 느껴져서 참고 사항으로 남겨둔다.)


 이렇게 여행에 대한 갈증이 없는 상태이지만, 나중에 지금을 돌아보면서 '왜 그 때 안 갔을까' 라며 후회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편 시간과 체력이 늘 가용가능한 것은 아닐테니, (현실의 벽이 계속 높아진다고 생각이 들어도)혹 떠오르는 여행지가 있다면, 못 본 척하지 말고 여행의 욕구도 살펴보아주면 좋겠다.


일상 속 여백
여기는 나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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