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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과 여유 모두 가지고 싶다

by 다만하

'간절함'이 있어야 일이 된다고, 성공에 가까워 질 수 있다고 흔히 많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간절하기 때문에 오만 신경을 쓰고 마음을 졸이면서 긴장하는 삶이 지속 가능한걸까? 계속 winning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서 나아간다고 해도, 그 초조함에 잠식되어 무너지지 않을까. 혹은 winning하지 못한 상황을 한 번 또는 여러 차례 겪게 된다면, 무너지지 않을까, 아마도 기대와 다른 상황을 마주 했을 때 나에게 '여유'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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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대로 일이 안 풀릴 때,

원하는 회사의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원하는 합격 또는 성과를 내지 못 했을 때,

인간관계가 돌이킬 수 없게 되었을 때,

다시 와서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예, 오로라, 공연 등)를 놓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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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상황에서 인간이라서 자연스럽게 기대도 하고, 기대기도 할텐데,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수용하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유'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간절함'과는 꽤나 모순되지만, '지금의 내가 얻지 않아도 괜찮다. 얻지 못해도 좋다.'와 같이 지금도 나는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원치 않는 결과를 마주하더라도 크게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았다.


작년에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다는 글을 썼었다. 그렇지만, 나란 사람은 기대와 이상으로 삶을 살아가는 편이라서, 원하는 바, 삶의 모습에 대해 기대가 없다고 생각하니, 삶을 사는 이유도 사라지는 걸까 하며 의문이 생겼고, 내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기대를 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기대하지 않기 쉽지 않으니, 내가 원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대로 실현이 되어도 좋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는 충분하다는 태도가 조금 더 좋을 수 있다고 느꼈다.


가령, 이직을 고려해서 면접을 보고 불합격하더라도, 현 회사에 그럭저럭 만족하는 부분이 있으면 크게 자책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나는 충분히 즐겼고 또 다른 취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 만약 일부 좋아하는 사람들과 멀어지더라도, 또 다른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새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들 수 있다는 그런 생각들이 조금 더 좌절감을 희석 시켜준다고 느꼈다.


물론 기대와 다른 현실을 마주 했을 때, 생각을 전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게 아니면 안돼'와 같은 생각이 강할 수록 기대와 다른 결과를 수용하는데 오래걸리고 힘들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게 아니어도 돼' 라며 '여유'를 가지는게 (어차피 사는 삶이라면)더 좋은 태도라고 느꼈다.


현실은 말처럼 쉽진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로 원하는 직장으로 이직, 시험 합격, 연애 또는 결혼에서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를 받아들이는게 괜찮을까 라고 물어봤을 때 얼마나 다들 괜찮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살다보면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는 순간이 오고, 생각보다 좋은 일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가능한 괜찮은 상태로 머물기 위해서 '간절함'을 갖되 '여유'를 꼭 장착해서 좌절에 너무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리고 지금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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