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삶이 좋아지려나? 글쎄
친구
나에게 친구의 의미란, 개인적인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는 극소수의 가까운 사람을 의미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말을 섞거나 어울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성격이었지만, 보기보다 항상 벽을 치거나 거리감을 주어서 가까운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10대 학교 또는 학원을 다닐 때도, 20대 대학 또는 외부 활동을 할 때도, 사회 초년생으로 일을 할 때, 그 시기 별로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정도 나에게 남았던 것 같다. 어학연수, 해외 인턴 때 만난 외국인 친구들은 sns을 끊은 이후로 거의 이제 소식을 전하지 않아 끊겼고, 여행지에게 알게 된 사람들은 여행이 끝나고 계속 연락을 지속할 이유가 분명치 않으면 멀어지고, 남은 한 명, 한 명도 서로 사는 지역, 생애주기가 달라지고, 각자의 시간과 체력이 소중해지고, 연락하기 어려워지는 느낌이 드는 등 관계가 멀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친구'보다 중요해지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았다. 전에는 중요한 대상이 크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점점 '가족', '직장', '연애', '돈', '취미', '운동' 등 스스로의 라이프와 우선순위가 자리를 잡으면서 '친구'는 후순위가 되는 것이 나에게도 적용되고, 이해가 되는 과정이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나는 모순적이게도 사람에게 에너지를 빼앗기기도 하고, 에너지를 얻기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 삶을 돌아보면 나는 '사람'은 완전히 멀리하지도, 완전히 가까이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모두를 멀리하고 싶다가도, 다시 찾아가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에너지가 바닥나서 다시 혼자 있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런 시기를 지나, 몇몇 친구들과 아직 연락을 유지하고 있고, 운이 좋게 새로 가까워진 친구들이 만나기도 했다. 그들을 돌이켜보면, 몇 가지 특성이 있는데, 보통 충분히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경험이 지향하는 바가 배움과 따뜻함이고 본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충분히 나눌 줄 알고 서로를 해하려는 마음이 없는 편인 것 같다. 그래서 가끔 만남이 연기되고 번복되더라도 크게 스트레스가 없고, 만나서 근황토크가 어렵지 않고,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나도 상대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다면 관계 유지가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인연이 되어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크다.
작년에 번아웃으로 지쳐서 모든 것을 멀리하면서, '친구'들과의 만남도 최소화하였고, 대면하지 않고 비대면의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친구(사람)'에게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이야기하면서 답답함을 달랠 수 있었다.(정말로!) 인생을 살 때 '친구'가 뭐가 중요하냐 '가족'과 '돈'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내게 '친구'가 아예 없는 삶도 괜찮을지는 의문이 든다. 물론 배우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 테니 '가족'과 '돈'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공감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내 감정과 생각이 확장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뇌피셜 의견을 더하면, 아무래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혼자서 괜찮지 않은 게 디폴트 값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혹 서로 나이 차가 있어서 '친구'라고 표현하진 않아도 유사한 관계, 대상으로 인지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해서) '친구'의 존재, 관계는 삶을 사는데 하나의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현재의 인연, '친구'가 존재한다는 것은 상호 에너지를 나누고 신경 쓴다는 의미일 텐데, 충분히 고맙고, 소중한 일이 아닐까.
점점 체력이 없다고, 일이 바빠서, 혹은 피곤해서 혼자가 편한 상태로 들어가기 쉽겠지만, 여유를 만들어서 '친구'와의 시간과 대화를 늘리는 것도 놓치지 않는 일상을 잘 유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