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혹은 둘 다 두려운가?
2월 말에 휴가를 쓰고 연휴까지 있다보니 1월의 설 연휴가 오버랩 되듯이 시간이 넘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간 피곤했는지 먹고 자는 시간이 스쳐가면서 순식간에 토요일을 맞이했다. 이렇게 가용 시간이 있을 때는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정신 없이 바쁠 때는 해야할 일이나 일정이 마구 잡히고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어쩌면 아예 몰아서 뭘 하고, 아닐 때 아예 다 비우는 것 같기도...)
그래서 노트북을 들고 오늘은 집에서 나와서 할 일을 적어보면서 올해, 그리고 3월을 계획하려고 하는데,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고 붕 떠있는 느낌이 다시 들었다. 이 느낌의 원인이 무엇일까 생가해보니 그냥 '시작'도 '끝'도 정하지 않는 나의 태도에 거슬렸다.
아주 사소한 일상 부터, 친구들 간의 약속, 여행 계획 3월에 예정된 장기 휴가 등, 모든 것에서 나는 정하지 않고 유유자적하고 있었다.(답이 없다고 한 소리 들은 것이...한 두 번이 아니었다.) 작년 부터 지쳤다는 이유로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을 하지 않고, 닥치면 그 중에서 최선이자 차악을 선택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렇게 까지 인생에서 쌉'p'로 살아본 적이 없는데,나는 유동적으로 움직인다기 보다는 미루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시작'도 '끝'도 두려워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내가 보였다.(이 것이 내가 소모된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원래 나는 '시작'을 어려워 하는 사람은 아니다. 최근 tci 검사 해석에서도 나에게 '시작'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부분은 '끝','포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시작'을 두려워 한달까. 왜냐면 '끝'이 없이 계속하는데, 유한한 내 체력과 시간을 고려하면 모든 것을 골고루 잘 유지하는 것이 한계에 부딪치는 순간이 오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가장 이슈는 '시작'도 '끝'도 걱정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상태, 시간이 나에게 아무런 기회비용을 야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나는 아예 잊어버리지 못하고, 계속 신경을 쓰면서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으니, 그게 소모적이면서 큰 기회비용을 쓰고 있으니 이 또한 매우 좋지 못한 옵션 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내가 가지고 있는 테마(기둥)들을 '시작'하거나 '끝'으로 마무리하거나 유지하기로 의사결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공부','요가', '관계','드럼', '크로스핏','모임 공간','일' 등 많은 것들을 정리하는 타이밍을 마주했었다. 그리고 '시작' 한다는 판단도, '끝'을 내겠다는 판단도 모두 나에게 쉽지 않았다. 사소해보이더라도, 나는 끝까지 고민을 하면서 결정했던 것 같다. 좀 더 버려도 되고, 포기해도 되는데, 분명 그 '시작'에 이유가 있었으니까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겠다고 버틴 것이 이유이자 변명인데 그 과정이 즐겁지 않았다.
작년에도 미뤄서 좋을 게 없다는 브런치 글을(결정을 미루면 뭐가 좋나요?) 썼었는데 역시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는가. 그럼 이제 그만할 때도 된 것 같다.ㅎㅎ 그래서 현재는 내가 정해야할 것들 중에서 일부는 결정해서, 앞으로 잘 일궈가야 할 것 같고 일부는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인데, 더 이상 유보 하지 않고 일단 빠르게 정하는 것을 연휴 동안의 목표로 삼아야 겠다. 그리고 더 멀리 25년 올해는 '시작'도 '끝'도 두려워 하지 말고, 빠르게 결정하는 태도로 임하는 것을 스스로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