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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나요?

동물원이었던 발리에서 느낀 것

by 다만하


발리를 가서 가장 이색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온 곳에 개,소,고양이,곤충,파충류,새, 꽃,나무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오전3시부터 닭이 울기 시작해서 잘 수가 없었고,, 심지어 요가 하고 있는 오후 6시 까지도 지치지 않고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 발리의 요가원은 오픈되어서 창도 문도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런 동물의 기척을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숙소 옆에서 아침에 해를 맞으면 외부에서 천장 없는 오픈된 풀밭에서 줄만 묶인채 조용히 풀을 먹고 있는게 자연스럽고, 관광지에서도 고양이들이 애교를 피우고 사람들의 시선를 한껏 잡아두기는 것은 흔했다. 오 잉어는 어찌나 많은지 연못에도 관광객에 의해 사육된 두 팔 길이만한 잉어가 천피였고, 깔끔한 쇼핑몰 안 인테리어인 분수(?) 에서도 잉어가 가득했다. 도마뱀은 요가원 천장, 숙소 안팍 천장에서 흔히 보였고 옷 속에 들어가지 않길 바랬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원숭이는 처음이었다. ‘몽키포레스트’같은 원숭이가 많은 관광지에 입장하지 않았은데도, 그 밖을 놀러나온 원숭이는 차고 넘쳤고, 길 위 지붕에서도 넘나다는게 보이고, 사원에서 만난 원숭이 떼는 사람의 안경,휴대폰,머리띠 등 갈취하는 재주를 살벌하게 벌이고 있었다. 많은 곳에 초록 초록한 나무가 빽빽하고, 꽃이 가득하고, 받았던 꽃 목걸이의 생화 향기는 며칠이 지난도 생생하게 남아있었다.길 혹은 관리하는 정원에 떨어진 꽃 조차 생기가 낭낭했다.


발리를 여행 하면서 별 다른 규제 없이 존재하는 동식물을 보면서 ‘살만하겠다, 혹은 팔자 좋다‘는 생각을 했다. 눕고 싶을 때 눕고 울고 싶을 때 울고 양껏 먹어대고, 어슬렁 어슬렁 가고 싶은 길이 있으면 가는 모습이 꽤 자유로워 보였달까. 동시에 과연 그들은 더 잘 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할까 혹은 오로지 본능과 생존만 영위하는 것이 목표일까 궁금해졌다. 간단하게 인간을 나눠보면 끝이 없어서 더더더더더더 를 외치고, 더더더더더더 를 위해 사는 유형과 자신의 선을 알고 그 선에 도달함에 만족할 줄 아는 유형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은 전자의 유형을 더 많이 봐왔던 것 같은 발리에서 보이는 동물,식물,사람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후자에 가까운 느낌이 들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너무 많은 to do와 내가 만든 이상에 닿지 못해서 나만이 느끼는 좌절이 나를 간단하게 다져주기도하고 동기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갉아먹을 수 있던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면서 나태하거나, 모자라 보이지 않았고 그저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본능’ 을 따라 보는걸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 내가(!) 원하는게 무엇이고 어떤 방향인지 스스로 귀 담아 듣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나가는 게 현대판 본능에 충실한 삶 일테고, 그러다 보면 선은 쌓여서 이상도 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이상을 그리고 ’더더더‘ 를 외치다 지쳤던 내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눕고 싶을 때 누워보고, 먹고 싶을 때 먹어보고 배우고 샆을 때 배우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등 조금 더 본능에 충실한 것이 내가 발리에서 동물을 보면서 느낀 살만하고 팔자 좋은 모습일텐데 말이다.ㅋㅋ 그래서 올해의 남은 3분기는 보다 본능에 충실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그 게 더더더 잘 사는 매우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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