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 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동일하게 느껴지니까
작년 부터 꽤나 나를 돌아보았던 주제 '거절'에 대해서 정리한 생각을 남기고 싶었다. 여러 케이스가 있는데 최근 다시 제 때 '거절' 하지 못해서 곤란해진 적이 생겨서 다시 '거절'이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을 꽤나 지배하고 있었다.
옆 건물 회사 친구가 작년 부터 나에게 발리, 제주도, 뉴질랜드, 일본, 베트남 등 다양한 곳으로 국내외 여행을 함께 가자고 권했다. 그 친구에게 여행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여행을 통해 즐거움을 크게 느끼고 있는 타입인 것은 알고 있었다. 처음에 '거절'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저런 서로의 이야기를 할 수록 가까워 지다보니까, 점점 나는 제안에 대한 '거절'이 너무 어려웠다. 30% 이상 흥미도 있고, 좋은 생각이고, 응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나머지 현실적인 시간, 에너지, 비용 등을 고려하면 좀 잘 모르겠네 라는 생각이 함께 올라오니 확실하게 '어렵다'도 아니고, 답을 유보하곤 했다. 그러다가 결국 최근 비행기를 먼저 구매한 친구의 계획에 동참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트러블이 있었다. 물론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고, 밥먹으면서 정말로 잘 풀고 친구와의 관계는 정상이지만, 이와 비슷했던 상황이 떠오르면서,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나는 모든 거절을 어려워 했을까
일하는 관계나 대부분의 타인 간의 관계에서 나는 '아니요,'원치 않아요,'어려워요' 등의 거절 의사를 쉽게 내비치는 편이다. (정말로 자주 '안해요', '괜찮아요' 라고 말한다...^___^) 그런데 어느 정도 내가 신경쓰는 선 안으로 들어온 다음 부터는 '거절'을 꽤 어려워 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았다. 단순하게 내가 사람들을 신경 쓰는 일부에 한해서 '거절'을 어려워하니까, 크게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위 케이스 처럼 가까운 사람들에게 빠르게 답('거절')하지 않아서 답답함을 야기했던 상황이 반복되었던 패턴이 있다고 느껴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도출한 나의 결론은 '사실 내가 거절 받고 싶지 않아서' 였다. 내가 생각했을 때 나는 보여지는 이미지보다,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들 간의 관계 안에서 나의 감정선은 꽤나 섬세, 예민한 타입이라서, 내가 거절 받을 때의 입장을 떠올리면, 어쩔 수 없다는 이해와 동시에 아쉬움, 실망감 등이 감정이 올라오는데, 이걸 상대방이 느낄 수도 있을텐데, 그런 것들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나는 '거절'을 못하거나, 유보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합리적이지 못하지만, 그 '거절'의 순간을 최대한 미루거나, '거절'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 시간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항상 '거절'하지 않거나, 영원히 '거절'을 미룰 수는 없다. 그러나보니 그런 상황이 다가오면 마음이 너무 안 좋고, 제 때를 넘겨서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를 겪으면 더 마음이 안 좋아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에는 정말로 아무도 나에게 안 걸고, 아무도 나에게 아무것도 안 물어 보면 좋겠다는 말을 했던 기억도 난다...ㅎㅎ)
이제는 나의 '거절'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되었으니, 다음의 '거절'이 조금 더 쉬우려면 나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간단하게 답을 유보하기 보다는 의사 결정 전의 사고 흐름을 조금 더 설명해보면 좋을까, '거절'에 더 익숙해져야 할까. '거절'하거나, 당할 때의 감정을 내려두어야할까 등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는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거절'이 익숙해지거나, 어려워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일단 다음의 '거절'의 순간이 오면 꼭 이 글을 떠올려보면서 조금 더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의견을 내가 잘 전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