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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의 끝, 후회인가 충전인가

황금연휴를 마치고

by 다만하

25년 추석 연휴는 직장인이라면 기다리던 대망의 빨간 날, 휴일이었을 것이다. 정말 온전히 일주일을 쉴 수 있었고 앞 뒤로 휴가를 붙인다면 2주는 가뿐히 놀러 갈 수 있을 만한 시간이었으니까,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다들 꿈꾸던 그런 휴일이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보통 이런 휴가에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분명 후회와 현타로 끝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알찬 시간을 보낼 계획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는 휴가가 자유롭고 많은 회사를 다니다 보니 2주, 한 달 휴가가 익숙하다 보니 이 시기의 휴일이 엄청나게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언제든 휴가를 쓰는 게 가능한 곳이고, 지금은 여행에 대한 욕구 보다 '재테크', '일'에 대한 고민이 가볍지 않다 보니 어딘가 떠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제주도 혹은 국내 여행을 생각했었지만, 지난 9월에 엄마와 경조 휴가 겸 안동-경주를 이미 다녀와서 답답함이 많이 크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온전히 서울에서 쉬어야지, 임장은 어렵겠지만 책을 보고 나의 삶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지 했는데, 결과론적으로 나의 패턴대로 친구, 지인을 만나고, 잠을 꽤 많이 자면서 나를 충전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길게 자고 나와서 오후에 커피 한 잔 하고 집에 들어가는... 너무 출퇴근과 비슷한 일상이었다는 느낌도 들어서 아쉬움이 올라오는... 밥을 많이 먹고 운동하지 않고 움직임이 굉장히 적었던 여백이 많은 차분한 연휴를 보냈다.


물론 사람들과의 대화의 온도와 결은 차분하진 않았다. 회사나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들으면서 열정과 현타를 경험하기도 하고, 현실적인 연애, 결혼에 대한 고민으로 우울하고 슬프기도 했고, 삶의 가치관, 방향에 대한 이야기도 들으면서 나를 뒤돌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감정과 마음이 몸과 달리 편안하지만은 않았지만 각자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는 주위 친구와 지인들이 부럽고 멋져 보였다.


스스로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이를 깨 보려고 이직을 고민한 것도 있었는데, 막상 워라밸이 붕괴된 상태로 성과 평가에서 밀리면 저 성과자로 내려가는 회사의 포지션 오퍼를 보고 망설이는 나를 보고 편안함에 안주하는 것인지, 20대 주니어가 아닌데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 등 오만가지 생각으로 겁을 내는 내가 보였다. 겁을 내면서 머리로는 실행하는 삶을 생각하는 정신병에 걸린 것인지, 나이에 자꾸 내가 나를 보수적으로 바라보는지 등 돌아보기도 했다. 현재는 '일'에 대한 고민보다 '연애, 결혼'에 대한 생각과 '재테크'를 중점으로 보고 있으니까 지금 회사에 머물고 나와 사람을 살피면서 내 시간을 갖는 삶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4년 넘게 살아보니 무수히 많은 감정과 생각, 고민들 사이에서 너울 뛰었던 것으로 여백의 시간을 채웠지만 기댓값에 가까워진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허무무함이 올라왔다.

다행히 도움 되는 말을 들었는데 '그 모두 과정이지. 그런 소모적인 것 또한 일종의 공부고, 그런 과정이 없이는 결과도 없을 거야, 모두의 결과는 다 다르고, 각자 가는 길과 행복, 성공도 다르니까 너무 조바심 내지 않아도 돼'는 말이었다. 마치 이번 연휴처럼 내가 전혀 계획한 게 없었지만, 당일에 급 약속 또는 일정이 생겨서 시간을 보낸 것이 다 후회스럽고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느끼는 것처럼, 지금의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어른으로 나를 쌓아가고 있다고 믿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합리화가 섞일지라도 나의 추석 연휴의 끝은 후회가 아닌 충전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 아주 잘했다고 칭찬하자. 하하!




엄마아빠와 커피
에스프레소바...


P.s 연후에 대체 커피를... 얼마나... 마신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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