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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의인사 Oct 13. 2023

가을엔 금목서의 향을 느낄래요.

언제 그리 더웠냐는 듯 제법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다.

계절의 변화를 멀리 가지 않아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난 느낄 수 있다.

먼저 나의 피부가 아주 건조해진다. 원래도 건조한 피부인데 가을이 되면 아주 그냥 퍼석하다.

그다음은 바로 나의 코가 헌다. 재채기를 무슨 신들린 사람처럼 해대는지 하루종일 코를 푸는 게

고역이다.

비염러들이 제일 힘든 계절이 왔다.

너무 많이 풀어서 코가 벌겋고 헐어서 씻으면 따갑고 쓰라린다. 그래서 부드러운 미용티슈로 코를 짜내듯

닦아내는데 비염러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마지막으로 입술이 따갑다. 촉촉한 나의 입술은 어디 가고 입술에서 느껴지는 떙땡함에 연신

립밤을 발라준다.

그러면 입술에 옷을 입은 듯 보호받는 기분이 든다.


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는 것 외에도  또 하나 가을이 왔음을 느끼는 게 있다.

바로 우리 아파트에 있는 금목서의 향이 나의 기분을 설레게 한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향기가 아닌 자연이 나에게 선물해 주는 자연의 향기, 그 자체를 난 느낄 수 있다.

달달함이 묻어있는 금목서의 향기.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금목서의 향이 솔솔 나에게 전해지는데

언덕 위쪽에 있는 우리 집이라 공기도 좋고 또 이렇게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다.

(숲세권이라 행복해요)


10대, 20대 때는 젊음에 취해 자연의 변화를 느낄 시간이 없었다.

30대 때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자연의 변화를 느낄 여유가 없었다.

30의 끝 자락, 40을 바라보는 시점에 자연의 변화에 난 아주 예민하다.

자연의 변화 속에 쏜살같이 지나가는 나의 인생을 못내 아쉬워하며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


건조해지는 내 피부와 하루 종일 재채기를 하며 벌겋게 헌 나의 코를 생각하면

가을이 밉지만 내가 좋아하는 금목서의 향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으니 값진 대가라고 생각해 보련다.

좋아하는 가을의 향기를 가을이 가기 전 훌쩍이면서 마음껏 느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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