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작업일지_그림을 조각하는 방법
드디어 그림 조각이 시작되었다. 조각의 크기가 작아서인지 시작은 수월한 느낌이었지만 이내 작은 조각이라 화면을 채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고 첫 번째 좌절의 시간을 겪는다.
작업을 하다 보면 꽤 많은 좌절의 시간을 지나가게 되는데 대부분 그래 왔듯이 어찌 되었건 그 시간을 그 과정을 버티면 지나가게 되어있다. 그 순간순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느냐가 작업이 완성되는데 필요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한다.
처음엔 한 조각씩 그려나갈 생각이었는데 그리다 보니 연결되어 있는 이미지라 조금씩 연장해서 그리다 보니 그룹으로 묶어 그리게 되는 것 같다. 16개만 모아도 제법 이미지가 보이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리고 있는 중엔 작게 더 작게 세세하게 보다 보니 내가 그리고 있는 게 어떤 것 인 지보다 부분 하나하나 색깔 하나하나를 보고 그리게 되어서 그리는 대상이 무엇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있는 재료에서 색을 골라 알맞은 모양으로 얇게 눌러 종이에 바르고 채우는 과정의 반복이기에 말 그대로 빈 곳을 재료로 채워 넣는 단순노동의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노동의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고 난 후에야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밑 색을 깔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되면 그제야 무언가를 그리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자 하는 이미지를 보고 내 작업을 보며 좀 더 이미지와 가깝도록 다듬는 시간들. 들어간 곳들은 어두운 톤으로 넣어주고 화이트나 밝은 색으로 튀어나와 있는 것들은 화면에서 돌출될 수 있도록 입체감을 다듬는 시간. 그 과정에서 유독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조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가장 희열감을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이트를 찍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해서 앞의 작업들을 버텨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