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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mdaDee Sep 09. 2021

서른넷의 유방암검진

 다섯 살 그리고 서른넷의 7월

 엄마에게 귀여운 발음으로 ‘엄마를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어’라고 말해주던 내 사랑스러운 작은 사람에게


엄마는 오늘 며칠 동안 네가 말해주던 ‘엄마가 안 아팠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을 이루어 줄 수 있어서 너무나 안도했던 날이었어.


30대가 되고 한 번도 받아본 적도 받아볼 생각도 못했던 유방건강검진 초음파에서 이상소견이 있어 조직검사를 했었는데 그 결과가 나온 날이었거든.

30대가 되면  번은 종합검진도 아야하고, 더욱이 출산을 하고 나서는 생기는 몸의 변화들과 체력의 변화들은 전과는 확연이 달라. 그래서  세심하게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막연하게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건강을 챙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야.  귀찮기도 무엇보다 생각보다  무서운 일이거든. 혹시나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말이야.


 엄마도 엄마 혼자일 때는 무서울  없었어. 사람이 살다 보면 아플 수도 있고  병이 걸리기도 하는    나만 아니란 법은 없으니까. 아픈 것뿐만 아니라 ‘죽음 생각보다 일상과 아주 가까운 것이거든. 20 초반만 하더라도 누군가가 생을 마감하게 되거나  누군가가 나와 가까운 사람일 경우가 흔치는 않아. 그러다 보니 막연하게 ‘죽음이라는 단어조차도 어쩐지 무겁게만 느껴지고 낯선 기분이 들지. 그래도 그렇게 ‘죽음이라는 단어와 낯설어하며 운이 좋게  자라서 20 후반이 되고 30대쯤이 되면,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 죽음이라는  생각보다 그렇게 특별한, 나와는 거리가 전혀 없는 예외의 상황이 아니구나하는 상황들을 겪게 되는  같아. 엄마는 그게 할머니였던  같아. 네가 말하던  왕할머니 말이야.


 엄마에겐 엄마와 다름없었던 엄마의 외할머니. 바빴던 엄마의 엄마, 너의 하나 할머니를 대신해서 갓난쟁이부터 키워주신 세상 전부였고  우주였던 왕할머니. 언제가 한결같이 엄마 곁에 있을 거라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던, 그런 사람을 잃는 경험은  번도 생각해 본적 었어. 당연하게 나와는 먼이야기라 겨온 가장 소중한 존재의 부재가 주는 슬픔은 생각할  없는 정도의 것이었어.


 그리고 오늘 검사 결과를 알기 전까지 행여나 엄마의 검사 결과가 너에게 그런 슬픔을   있는 일말의 확률이라도 있을까 노심초사했지. 아직 아플  밴드만 붙여도  나을  있고, 세상에 가장 아픈 치료는 예방주사인 너였으니까. 결과를 기다리면서 엄마  있는  너를 많이 사랑해주는 . 엄마가 안아주는  제일 좋다는 너를  번이라도  많이 안아주고, 잘못했을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너에게  번이라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 그런 것들이었어. 어떠한 결과가 나왔어도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서 해주고 싶은 것들이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다행히도 엄마는 양성(악성이었다면 흔히 알고 있는 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 거였어)이라는 결과를 받았고, 일말의 확률이 아주 크게 줄어든 샘이었지.  결과를 듣고 안도감과 함께 들었던 생각은 그간 당연히 여겨온 너와의 시간들. 아직도 많이 남은 너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들이었어. 아직 그저 귀엽고 작은 나의 사람에게는 천천히 그때그때 최대한 친절하고 따뜻하게 하나씩 알려주어야지 했던 것들.  가지는 담아두었다가 이해의 바구니가  커지거든  해줘야지 했던 이야기들. 엄마도 엄마의 엄마가 엄마의 할머니가 담아두었다 알려주었던 것들을 너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 것들. 그것들을 어쩌면 엄마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날까지 언제든 전할  있을 거란 생각은 결코 당연할  없는 일이란  깨닫게 되는 오늘이었어. 그래서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지.

 

 엄마가 어릴 적부터 편지 쓰는  엄청 좋아했어. 지갑에 우표가  있었고, 당장이라도 편지를   있는 주소를 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지금은 프롤이모  사람밖에 남지 않았어.) 언제 어디서든 편지 쓰는  좋아했지.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혼자 있는 시간이 쉽지 않은 시간이 되고 나서는 편지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글을 쓰는 시간도 어려워서 편지 쓰기를 얼마나 좋아하고 자주 했었는지도 까먹을 정도였어. 아마 네가   자라고 너도 너만의 시간이 필요하게 되는 때가 되면 다시 편지를 쓰게 될까? 그래도 너에게 편지를  생각은 할지도 몰라. 언제나  곁에 있을 거니까 필요할 때마다 얘기할  있을 꺼라 생각했을 테니까. 그리고 육아일기라는 것도 시도해보았고, 뱃속에 있을  태아 일기라는 것도 시도한  있었지만, 급변하는 일상과 약간의 귀찮음으로 꾸준하지 못했어. ! 그래도 사진으로는 충분하게 너의 모습을 담아내고는 있는  같다. 편지나 그림처럼 엄마가 좋아하는 일임이 틀림없는 것이 사진이기도 하고, 정말이지 너는 아주 흥미로운 피사체이자 하나뿐인 뮤즈거든!  사진을 찍으면서 엄마가 사진 찍는 것을 어쩌면 그림 이상으로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했어. 그래서 꾸준하게 찍어올  있었. 그래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으로 편지로써 글을 남긴다면 사진처럼 꾸준히 자주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어.  부디 소중한  작은 사람에게  편지를 시작으로 수많은 러브레터를 보낼  있기를 바라.


일상 속에서 고민이 생기거나 선택의 기로에서 헷갈리거나 어쩐지 오늘은 편이 하나도 없는  같은 그런 날들에 마침 찾아 읽힌 어떤 날의 엄마가  편지가, 세상 가장 서럽게 울다가도 엄마가 안아주면 뭐든 괜찮아졌던 엄마의 소중한 작은 사람이 느꼈 ‘엄마  안의 온기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편지를 조금은 낯부끄러워하며 새어 나오는 웃음에 씰룩거리는 입술과 함께 읽어나갈 너의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엄마가 큰 결심과 함께 편지를 쓴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잘 자 줘서 너무 고마워. 편지가 마무리되자마자 칭얼거리는 너는 정말 엄마 감별사.

얼른 정리하고 가서 안아줄게.


잘 자고 우리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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